[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85)

  • 입력 1997년 5월 17일 07시 50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38〉 우리가 탄 뗏목이 막 바다로 나아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우리를 발견한 그 끔찍한 식인 거인은 무어라 큰 소리로 부르짖으며 해변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바위를 집어들고 우리를 향해 마구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인이 던진 바위는 번번이 빗나가 저만치 바다에 떨어지곤 했습니다만, 개중에는 우리들에게 명중되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들 중 몇 명은 바위에 맞아 죽었습니다. 우리는 죽을 힘을 다하여 노를 저은 끝에 마침내 거인의 바위 팔매가 닿지 않는 곳까지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대부분의 동료들이 바위에 맞아 죽은 뒤였습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해야 아홉 명 뿐이었습니다. 그나마 반 이상은 바위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살아남은 우리는 무작정 난바다로 노를 저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를 저어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수평선 뿐이었습니다. 거친 바람과 성난 파도에 휩쓸리며 우리는 절망적인 표류를 계속하였습니다. 그러나 표류가 길어지면서 우리는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동료의 시체를 바다에 던져야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것은 선원 한 사람과 바소라 태생의 상인 한 사람과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사람 뿐이었습니다. 끝까지 살아남은 우리 세 사람은 그후로도 며칠을 더 표류하였습니다. 그러던 끝에 마침내 어느 섬에 표착하게 되었습니다만, 그때 우리 세사람은 피로와 공포와 배고픔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섬에 오르기는 했지만 처음 한 동안 우리는 해변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도 못했습니다. 한참 뒤에서야 우리는 겨우 정신을 차려 섬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섬에는 나무가 우거지고, 개울물이 흐르고, 새들이 지저귀었습니다. 우리는 나무열매를 먹고 물을 마셨습니다. 그렇게 하여 기운을 차린 뒤에서야 우리는 그 검둥이 괴물로부터 무사히 도망친 일이며 거친 바다를 건너 목숨을 건진 일을 서로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너무나 지쳐 있었기 때문에 땅바닥에 드러누워 이내 곯아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불과 십 분이나 잤을까, 몹시 기분 나쁜 기운과 함께 쉬익 하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떴습니다. 눈을 떠보니 세상에 보기 드문 구렁이 한마리가 우리 주위에 서리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덩치는 엄청나게 커서 대추야자 나무만 하고 생김새 또한 기괴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세 사람은 그 끔찍한 구렁이를 보자 너무나 놀란 나머지 몸이 얼어붙어버린 것 같이 꼼짝 할 수 없었습니다. 구렁이는 대가리를 쳐들고 천천히 우리에게로 다가오더니 동료 한 사람을 어깨에서부터 덥석 삼켜버리고 말았습니다. 머리와 어깨가 뱀의 입으로 들어가버린 그 가엾은 동료는 한동안 두 다리를 버둥거렸습니다만 아무 소용 없었습니다. 그의 몸뚱어리는 뱀의 입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밀려들어가더니 끝내는 발끝까지 들어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뱀의 뱃속에서 우둑우둑소리가 났는데 그것은 동료의 갈비뼈 부러지는 소리였습니다. 그를 완전히 먹어치운 뱀은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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