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이 미끄러우면서도 강도는 다이아몬드와 맞먹는 초강도 「유리 금속」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유리와 같은 비결정(아몰퍼스)구조를 갖고 있는 이 금속은 자유자재로 성형이 가능한 게 최대의 장점. 섭씨 4백도이상 열을 가하면 물렁하게 녹아 내리고 자석을 갖다대도 들러붙지 않는 등 유리와 똑같은 성질을 갖고 있다.
이 신금속은 그러나 탄성과 강도가 다이아몬드 수준에 육박한다. 유리와 금속의 좋은 점만을 골라 접붙여 놓은 「꿈의 금속」인 셈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인 朴東秀(박동수)경북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16일 이같은 성질을 띤 메탈릭글라스(유리금속)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했다고 밝혔다.
박교수는 『지난 92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윌리엄 존슨교수와 공동연구를 벌여왔다』며 『지난달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유리금속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리금속은 극히 소량만 생산됐다. 금속을 녹였다 식힐 때 1백만분의 1초에 섭씨 1도를 낮추어야 하는 등 제조공정이 까다로웠기 때문. 유리금속의 형태도 줄이나 띠를 만드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박교수는 제조공정을 단순화해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다. 녹인 금속을 식힐 때 1초에 1도씩 낮추는 간명한 공정을 개발한 것. 또 유리금속의 형태도 얇은 판이나 둥근 공모양 등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게 했다.
박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유리금속은 티타늄 지르코늄 구리 니켈 베를리움의 다섯가지 금속을 혼합한 것』이라며 『제조비법을 특허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교수가 개발한 유리금속은 골퍼라면 누구나 꿈꾸는 「장타(長打)의 꿈」을 실현하는 데 가장 먼저 응용될 예정. 모양을 다양하게 성형할 수 있고 탄성이 놀랄 만큼 높아 최근 유행하고 있는 티타늄 선풍을 잠재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유리금속은 인장강도와 경도가 티타늄의 두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교수는 『일본의 마루만 미주노 브리지스톤 등 유명골프업체가 최근 유리금속을 이용한 골프클럽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유리금속 골프클럽은 티타늄에 비해 비거리가 20∼30%정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리금속이 자성과 전혀 무관하고 방사선을 차단하는 능력도 강력해 응용분야가 다양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폐를 찍어내는 금형도 유리금속을 이용하면 쉽게 성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