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살아가고 있음을 느껴본 적이 없다. 종전의 정권 아래서는 정부 인사들이 무슨 짓을 하든 정통성을 부인당한 체제여서 체념하면서도 「새로운 시대가 오면 달라지겠지」 하는 희망을 갖고 살아왔다. 그러나 문민정부라는 요즘은 실망감을 지나 배신감 허탈감에 가치기준 상실감, 정신적 피폐감마저 든다.
대통령은 통치 운운하기 이전에 국민의 심부름꾼인 행정부의 수장으로서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고 도덕적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국가를 책임진 위정자들은 국가와 국민을 볼모로 하여 이렇게 막다른 골목으로 가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 세계가 어려운 경제속에도 유독 미국만이 각종 사회문제가 산재한데도 호황과 안정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법준수라는 대명제가 있기에 가능하며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신봉하기 때문이다.
김건일(서울 종로구 평창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