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후루룩』
『맛이 희한하네. 꼭 크림스프 같애』
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신사동 신사초등학교 3학년 洪才憙(홍재희·9)양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친구들은 다른 생일상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상한 음식을 앞에 놓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다름아닌 옥수수죽.
재희양이 어머니에게 특별히 부탁해 준비한 음식이었다.
재희양은 신문이나 TV에서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있는 북한의 어린이들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곤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피자나 햄버거를 시켜주는 대신 옥수수죽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며칠전 재희양에게서 이런 생각을 전해들은 부모님은 처음에는 망설였다. 자칫하면 친구들로부터 「엉뚱한 아이」라고 놀림을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친구들도 제 마음을 이해할 거예요』
재희양의 이런 갸륵한 마음을 부모님도 이해할 수 있었다. 부모님의 승낙을 받은 재희양은 곧바로 초대장을 만들었다.
「이번 생일에는 옥수수죽을 준비할거야. 선물은 비싼 학용품이나 장난감대신 집에 있는 쌀을 조금씩 가져다줄래. 북한에 있는 친구들에게 보내주게」.
초대장을 받은 같은 반 친구들중에는 「까르르」 웃는 아이들이 대부분. 집으로 돌아와 「괜한 짓을 한 것같다」고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이사간지 4년이나 된 단짝 보름이가 오겠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이날 재희양의 생일파티에는 학교친구와 동네친구 10여명이 찾아왔다. 옥수수죽 한그릇씩을 전부 비운 아이들은 재희양의 부탁대로 쌀이 담긴 봉지를 선물로 내놓았다.
편지봉투에 담아온 쌀도 있었고 검은 비닐 봉지에 담긴 쌀도 있었다.
한 구석에는 「북한친구들을 위한 사랑의 쌀」이라고 적힌 작은 항아리가 보였다.
〈신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