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40〉
저녁 때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구렁이는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나를 삼키려고 끈덕진 노력을 했습니다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날이 밝자 놈은 마침내 물러났습니다.
놈이 사라진 뒤에도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에야 나는 밧줄을 풀고,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널빤지를 풀었습니다. 뱀의 공격으로부터 간신히 목숨을 구하긴 했지만 밤새도록 뱀 한테 시달릴 대로 시달렸기때문에나는혼이빠진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나는 허둥허둥 발걸음을 옮겨 해변으로 나갔습니다. 그때서야 나에게는 비로소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몰려들었습니다. 그 옛날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 『아들아!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행복이 가장 소중한 것이란다. 그러니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삶을 꿈꾸지 말아라. 그런 것을 꿈꾸게 되면 남들은 생각할 수도 없는 고생을 하게 마련이란다』라는 말씀이 새삼스레 귀에 쟁쟁거렸습니다. 그런가 하면, 첫번째 여행 때 미르쟌 왕국에서 만나 결혼을 했던 아내가 갑자기 그리워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또한 그녀가 전에 없이 야속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때 그녀가 나를 버리고 형부 한테로 가지만 않았더라면 나는 미르쟌 왕국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더라면 오늘날 내가 이런 위험에 처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입니다.
아버지의 이 말씀과 그리운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울었을까, 나는 문득 고개를 쳐들었습니다만, 그때 내 눈에는 뜻밖에도 저멀리 바다 위에 배 한 척이 떠 있는 게 띄었습니다.
처음에 나는 헛것을 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것은 헛것이 아니었습니다. 활짝 돛을 펼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배였습니다.
나는 옷을 벗어들고 흔들어대면서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러나 처음 한동안 배는 나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나는 배가 그냥 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에 벌써부터 바짝바짝 목이 탔습니다.
그렇게 마구 옷을 흔들고 고함을 질러대기를 십 여 분, 이윽고 배는 기수를 이쪽으로 돌렸습니다.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나를 발견한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나는 너무나 기뻐 알라께 무수히 감사를 드렸습니다. 내가 서 있는 해변 가까이까지 배가 다가왔을 때 나는 정작 땅바닥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배에 끌어올린 뒤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었습니다. 내가 어느 정도 기운을 회복했을 때에야 그들은 여러 가지로 나의 사정을 물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원숭이처럼 생긴 요물들의 무리에게 배와 짐을 탈취 당한 일이며, 식인 거인의 성채에 들어갔다가 당한 일이며, 식인 거인이 던지는 바위 팔매질에 맞아 동료 대부분을 잃어버린 일이며, 구렁이 섬으로 표류하여 갔다가 끝내는 나머지 두 동료마저 잃어버린 이야기까지 소상히 들려주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 난 사람들은 몹시 놀라워했습니다. 그리고 내 처지를 딱하게 여겨 자기들의 옷을 벗어 나에게 입혀주었습니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나를 알라께서 다시 살려주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최고지상이신 알라를 칭송하고 그 은총과 자비에 감사드렸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