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정훈/성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

  • 입력 1997년 5월 19일 08시 08분


「계절의 여왕」 5월도 중반을 넘겼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온통 살얼음판이다. 나라 전체가 총체적 난맥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나 눈을 돌려 산을 보라. 여전히 푸르다.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는 일명 「뜀바위」라 불리는 벼랑바위(결단암)가 있다. 폭이 1.5m쯤 갈라져 있기는 하지만 건너뛰자면 별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위 틈새로 내려다보이는 광경이 아찔하기에 상당한 용기와 담력이 요구된다. 지금은 쇠다리가 걸려 있지만 조선시대 한양의 젊은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이 바위를 세번 뛰어넘는 용기로 성인임을 인정받았다. 19일은 「성년의 날」이다. 지난 73년 정부가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정한지 25회째다. 이날로 20세가 되는 전국의 1백만명 가까운 처녀 총각들이 성년을 맞는다. 성년행사의 유래도 다양하다. 삼한시대 마한에서는 소년들의 등에 상처를 내 줄을 꿰고 통나무를 끌면서 집을 짓게 했다. 삼국사절요에는 신라때 중국의 제도를 본받아 관복을 입혔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광종 16년에는 태자에게 어른들의 평상복인 원복을 입혔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주자가례를 바탕으로 남자가 15∼20세가 되면 머리에 관을 씌워주는 관례를 하고 자를 지어주었다. 이는 어른이 됐으니 함부로 이름을 부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여자에게는 15세가 되면 비녀를 꽂아주는 계례를 베풀었다. 삼한시대부터 면면히 이어져오던 이같은 성년행사는 조선말기의 조혼과 단발령 이후 점차 사라졌다. 20세가 되면 남자든 여자든 신체적으로 완전히 성숙한다. 생리적 성숙에는 어른으로서 감당해야 할 법적 사회적 권리와 의무가 따른다. 독립된 인격체로서 올바른 가치관을 세워야 하고 용기 인내 자기수양으로 가족과 사회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자면 성숙한 판단력과 지성을 갖추고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갈 의지를 키워나가야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러한 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육체적 성장은 빠르지만 정신적 성장은 부족한 「덩치만 큰 애어른」으로 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비싸고 푸짐한 선물이나 안겨주고 외식이나 시켜주는 따위로 역할을 다했다고 여기며 성년을 축하하지는 않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우리 사회 또한 기성세대들이 옳은 것을 먼저 실천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박정훈(원불교 전북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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