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大中(김대중)씨가 어제 국민회의 전당대회에서 제15대 대통령후보로 선출됐다. 한 정치인이 네번씩이나, 그것도 제1야당의 후보로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만큼 김씨의 정치적 지도력이 야권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그러나 반면 우리 야당의 정치시계는 여전히 과거의 시침(時針)에서 맴돌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김씨는 26년전인 지난 71년의 첫 도전에 이어 87, 92년선거까지 대선 3수(修)를 거치며 국민으로부터 매우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다. 누구보다 반독재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으면서도 또한편 국민통합이나 당내 민주주의를 이루는데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이제 대선4수의 길에 접어든 김씨는 자신에 대해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리는 이런 상반된 시각부터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도록 힘써야 한다. 그 방법은 무엇보다 정정당당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는데 앞장서는 일이다.
대선 7개월 전에 다른 정당에 훨씬 앞서 후보로 선출된 만큼 김씨가 초반 선거전을 어떻게 이끄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돈안드는 깨끗한 선거, 국민통합을 위한 축제로서의 선거, 특히 흑색선전과 비방으로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기 보다 국가장래와 민족의 비전을 제시하는 적극적 선거운동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런 선거가 가능하려면 모든 후보자들이 다함께 노력해야겠지만 특히 제1야당의 후보로서 김씨의 책임은 막중하다.
지금 우리는 한보―金賢哲(김현철)씨 의혹과 92년 대선자금 문제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정치권이 기업으로부터 엄청난 정치자금을 얻어쓰고 그 대가로 부정한 특혜를 주었기 때문이다. 돈선거 돈정치가 나라를 결국 뒤죽박죽으로 만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또 다시 돈선거 추문이 나와서는 안된다. 김씨는 자신도 92년 대선자금 관련 잡음에 휘말려 있다. 이번 선거에서만은 그런 일이 일절 없도록 스스로 자중자애해야 할 것이다.
김씨가 대선후보는 물론 당총재직까지 계속 맡게돼 국민회의는 당장 자민련과의 야권후보 단일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주장처럼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야권이 힘을 합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개인의 대통령 욕심이나 당리당략에 따라 좌우돼서는 곤란하다. 물론 대선4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김씨의 생각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정도(正道)를 벗어나 사욕(私慾)으로 이런 일을 이루려 한다면 반발이 커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제 국민회의 전당대회는 일부 잡음도 없지 않았으나 그런대로 공정경선의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는 김씨가 이번 대선에서 최선을 다해 페어플레이를 해주기 바란다. 깨끗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승패는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