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제 나라 체면도 생각을

  • 입력 1997년 5월 19일 20시 47분


金賢哲(김현철)씨의 국정농단과 비리를 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기만 하다. 30대의 철없는 젊은이가 아버지의 세(勢)를 업고 저지른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국민이 받은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다. 현철씨는 자신의 아버지인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만 타격을 준것이 아니다. 문민정부를 우스갯감으로 만들었고 성실하게 살며 상식을 믿고 있는 국민의 자존심까지 짓밟았다. ▼ 「비리 깜짝쇼」손가락질 ▼ 거기에다 그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당한 나라망신은 어쩔 것인가. 아프리카의 어느 독재국가라면 또 모를 일이다. 명색이 올림픽을 치른 나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는 나라에서 도대체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현철씨의 「황태자」행각에서 가장 웃긴 것은 그가 미국 애틀랜타의 CNN본부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CNN의 테드 터너사장이 현철씨를 북한의 金正日(김정일)로 오인하고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조의를 표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코미디다. 테드 터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외국에 나가보면 남한과 북한을 혼동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대체로 외국인은 남한과 북한을 구분해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들에게는 「사우스」든 「노스」든 코리안은 코리안인 것이다. 그런 외국인들의 눈에 남북한이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를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북쪽은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권력세습, 유훈을 동원한 통치, 「핵 공갈」, 위조달러제조 유포, 마약밀매 등등 세계인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할 온갖 나쁜 짓은 다하고 있다. 그뿐인가. 이제는 인민을 먹여 살릴 양식이 없어 여기저기에 구걸하고 있다. 한반도의 남쪽은 어떤가. 「88서울올림픽」 때만 해도 「잘 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그후 하루가 멀다하고 다리와 빌딩이 무너지는 등 비상식적이고 원시적인 대형사고가 잇달아 터져 세계를 깜짝 깜짝 놀라게 했다. 얼마전 전직 대통령 두명이 구속된 데 이어 이번에는 두 전직대통령을 구속시킨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돼 또 한번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요컨대 한반도의 남과 북이 「깜짝 쇼」하듯 연일 네거티브한 뉴스만 만들어내고 있는 꼴이다. 민족적 자존심으로 본다면 북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만으로도 부끄럽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남쪽까지도 이 모양이니, 세계를 향해 얼굴을 들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이젠 나라체면도 좀 생각했으면 한다. 한보와 현철씨문제, 92년 대선자금문제 등을 차분하고 슬기롭게 매듭지어 내일을 향해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내외에 보여주어야 한다. ▼ 대선자금告白 새 출발을 ▼ 한보사건과 현철씨문제는 미흡하긴 하나 사법처리로 마무리돼 가고 있다. 남은 문제는 92년 대선자금이다. 이 문제는 김대통령이 얼마나 솔직하게 진상을 고백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하느냐에 해결여부가 달려있다. 야당측도 끝까지 큰소리만 칠 일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솔직히 말해 대선자금문제에서는 야당측도 완전히 자유로운 입장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보다 중요한 일은 제도를 뜯어고쳐 「돈안드는 선거」 「돈안드는 정치」를 기필코 정착시키는 일이다. 그래서 오는 12월 대선을 깨끗하게 치러야 한다. 세계인들로부터 또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우리에겐 정말 미래도, 희망도 없다. 김차웅(부국장대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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