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 눈]박찬호,동료 시기-지나친 기대『부담』

  • 입력 1997년 5월 19일 20시 47분


며칠전 개인사업차 한국을 방문한 박찬호의 매니저 스티브 김을 만났다. 나는 너무 반가운 마음에 『찬호가 선발로 나오는 경기는 KBS에서 모두 생중계하고 있다』며 『우리 찬호가 이젠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정상급 투수로 성장한 것이 아니냐』고 자랑스럽게물었다.그러나 이에 대해 스티브김이 털어놓은 얘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가 전한 바에 의하면 현재 박찬호가 처해 있는 상황은 국내팬들이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것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박찬호는 우선 동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아직도 끈끈한 유대를 맺고 있지는 못했다. 박찬호때문에 선발자리를 뺏긴 톰 캔디오티와 강타자 에릭 캐로스 정도가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고 있는 정도. 나머지 선수들은 아직도 20대 중반의 젊은 동양인 투수에 대해서 시기와 질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로는 메이저리그 심판들조차도 신인투수의 코너워크에 대해선 스트라이크를 잡아주는데 인색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볼넷을 최대한 줄이려고 애쓰고 있는 박찬호로선 공이 가운데로 쏠리기 십상이어서 피홈런율은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높아졌다는 것. 게다가 박찬호는 너무 큰 한국팬들의 기대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의 심리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박찬호는 알려진 대로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에 비해선 성격도 활달하고 영어도 훨씬 능숙하지만 상처받기 쉬운 예민한 체질이라는 것. 『시즌초 불운이 계속되고 있는 찬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가 야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팬들 입장에선 조용히 마음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이죠』 스티브 김의 어른스런 얘기에 어느새 「아이」가 돼버린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하일성〈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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