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외교관납치사건 도재승씨,11년만의 중동 복귀

  • 입력 1997년 5월 20일 20시 21분


80년대 중반 레바논에서 발생한 한국외교관 납치사건의 주인공인 都在承(도재승·55)씨가 공관장으로 중동지역에 복귀한다. 현재 주튀니지 참사관으로 근무중인 도씨는 19일 외무부 인사에서 주지다(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총영사로 발령을 받아 오는 7월말경 현지에 부임할 예정이다. 주지다 총영사관은 공관원이 두명밖에 없는 「초미니 공관」이긴 하지만 그에게는 공관장으로서의 첫 부임지이자 중동지역이라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신임 도총영사는 2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중동지역이 어려운 곳이지만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 소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도총영사는 서울대법대 행정학과 출신으로 31세때인 73년 주사로 외무부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주호놀룰루 부영사와 주자메이카 2등서기관을 거쳐 85년 주레바논 1등서기관으로 근무할 때만 해도 그는 평범한 외교관이었다. 그러던 도씨는 86년 일생일대의 사건을 겪는다. 그해 1월31일 아침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한국대사관으로 출근하던 길에 이슬람교과격단체 소속 무장괴한 4명에게 납치됐던 것. 당시 정부는 그의 행방을 확인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납치후 8개월간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다 그해 9월 납치단체측으로부터 최초의 「협상신호」가 왔고 1년1개월간의 오랜 물밑협상을 거쳐 87년10월 풀려났다. 악몽과 같은 세월을 보낸 그는 고국에 돌아온 뒤 88년1월 외무부에 복직, △외교안보연구원 연구관 △주애틀랜타 영사 △주함부르크 영사 △주튀니지 참사관 등으로 일해왔다. 도총영사는 당시 사건에 대해 『장기간 감방의 죄수와 같은 생활을 해 나를 납치한 단체나 협상과정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며 『그때의 고통은 그것으로 잊고 싶다』고 말했다. 〈문철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