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45〉
이튿날 아침 짐꾼 신바드는 기도를 드린 뒤 다시 뱃사람 신바드에게로 갔다. 주인은 정중하게 그를 맞아 자기 옆에 앉혔다. 잠시 후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하인들은 호화로운 식탁을 준비했다. 일동은 먹고 마시고 하면서 흥겹게 떠들고 있었다. 한창 분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뱃사람 신바드는 전날에 이어 그의 네번째 항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형제들이여! 그러면 나는 이제 여러분께 나의 네번째 항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내가 네번째로 항해를 떠났던 것은 세번째 항해에서 돌아온 뒤 불과 일년만의 일이었습니다. 그 일년 동안 나는 악몽과도 같았던 세번째 여행에 대한 기억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친구들과 어울려 흥청망청 먹고 마시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무리의 상인들이 우리 집에 묵어간 적이 있는데 그날 밤 그들은 이국과 교역을 했던 이야기며 각국의 진기한 풍물들에 대하여 신나게 떠들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까 나의 가슴은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내 속에 웅크리고 있던 그 악마란 놈이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던 것이랍니다. 나는 낯선 도시와 바다가 그리워 미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상인들이 다녀간 뒤 나는 흡사 귀신에 홀린 사람 같았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고 마셔도,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을 들어도 마음은 우울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던 끝에 나는 급기야 다시 항해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일단 마음을 정하자 지체할 것이 없었습니다. 나는 항해에 필요한 각종 물건들과 값비싼 상품들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짐이 꾸려지자 나는 그것을 바소라로 보냈습니다. 그런 다음 그 상인들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배를 탔습니다.
우리 일행은 전능하신 알라의 축복을 빌며 출범하였습니다. 돛이 펼쳐지고 푸른 바다가 눈앞에 열렸을 때 나는 비로소 그 우울한 기분에서 완전히 벗어나 살아 있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배는 처음 한동안 순풍을 받으며 섬에서 섬으로, 바다에서 바다로 전진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역풍이 일어나더니 거칠게 배를 흔들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맹렬한 광풍이 불어오더니 돛이란 돛은 모조리 찢어놓았습니다. 선장은 닻을 던져 배를 정지시키려고 했습니다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습니다.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치더니 단번에 배를 삼켜버리고 말았습니다. 배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고 우리는 상품과 함께 거친 바다에 던져졌습니다.
참으로 눈깜박할 사이에 당한 일이었습니다. 바다 위로 던져진 나는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이젠 정말이지 끝장이로구나하고 생각하는 순간, 전능하신 알라께서는 널빤지 한 장을 내 눈앞에 던져주셨습니다.나와 몇몇 동료들은 허겁지겁 그 널빤지 위에 기어올랐습니다.
널빤지 위에 기어오른 우리 일행은 바람과 파도에 시달리면서 하루 낮과 하룻밤을 견뎌냈습니다. 그러나 이틀째 되는 날 정오 무렵이 되자 다시 바람이 일기 시작했고 바다는 거친 파도를 일으켰습니다. 이렇게 파도에 부대끼는 동안 우리 일행이 탄 널빤지는 마침내 어느 외딴 섬에 표류하였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