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를 위해 휴학, 경희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지난 노동절(1일) 낮12시경 경희대 후문에서 전경의 검문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그날 신분증을 갖고 있지 않아 억울하게 시위가담 학생으로 몰렸다. 그 바람에 청량리 경찰서와 송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오전 2시에야 풀려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시위를 했든 안했든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조건 잡아들이는 전경의 태도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나를 실망시킨 것은 조사하는 경찰관들의 태도였다. 반말은 물론 욕설까지 섞어가며 무조건 죄인취급했다. 공권력의 남용이라는 말을 실감한 날이었다.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공부만 했을 뿐인데 시위자로 몰다니. 나는 그날 공부를 완전히 망쳤음은 물론 3주일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충격으로 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다니던 학원도 그만두어야 하는 불이익을 당했다. 이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사회의 안녕과 치안 질서유지를 위해 공권력이 존재하는 것이지 시민 위에 군림하면서 죄없는 시민을 괴롭히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시절 마냥 멋있게만 보이던 경찰이 이젠 미운 존재로 비칠 뿐이다. 「혐의 없음」이라고 훈방하면서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선심이나 쓰는양 큰소리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서글픔을 느꼈다.
박상원(경기 부천시 용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