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47〉
미치광이들처럼 음식을 먹어대는 나의 동료들을 보고 나는 몹시 놀랐던 것은 물론, 그들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들도 그들이지만 이제 나 자신의 앞일도 여간 걱정되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 벌거숭이 야만인들의 눈이 두려워 나도 그 더러운 음식을 먹는 체하고, 야자유를 마시는 체하고, 그리고 나의 동료들처럼 분별력을 잃은 사람처럼 행동했습니다.
우리 일행에게 그 얄궂은 음식을 먹여 분별력을 잃게 만든 벌거숭이 야만인들의 정체가 무엇일까 하고 나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때 나는 문득, 그 옛날 순례자나 길손들한테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들이 들려준 바에 따르면, 어느 섬에 가면 식인귀를 왕으로 모시는 배화교도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그 나라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이상한 음식을 먹이고 기름을 발라 사람의 혼을 빼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음식을 먹고 그 기름을 바르면 갑자기 밥통이 늘어나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게 되고 그 대신 머리가 이상해져서 생각하는 힘이 없어져 바보가 되어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식인종들은 바보가 된 인간에게 그 이상한 음식과 야자유를 자꾸만 먹이는데 그렇게 되면 사람은 돼지처럼 투실투실 살이 찌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잔뜩 살이 오르면 야만인들은 멱을 따 그것을 구워 추장의 식탁에 올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추장의 식탁에 올리고 남은 것들, 이를테면 창자라든지, 똥집 따위는 야만인들 자신의 차지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나와 나의 동료들은 바로 그 식인 배화교도들의 손에 걸려든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나 자신은 물론이려니와 동료들이 걱정이 되어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나의 동료들은 이러한 나의 걱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돼지처럼 자꾸 먹기만 했습니다. 그들은 완전히 분별력을 잃어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벌거숭이 야만인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나 또한 나의 동료들처럼 바보같이 행동해야 했습니다.
나와 우리 일행이 하는 행동을 보자 야만인들은 안심이 된 듯 우리를 끌어내었습니다. 그리고는 소나 말처럼 놓아 먹이기 위해 노인 한 사람에게 우리를 맡겼습니다.
나의 동료들은 방목되어지는 짐승들처럼 나무 사이를 어슬렁어슬렁 거닐기도 하고, 아무데나 똥과 오줌을 누기도 하고, 아무데나 드러누워 잠을 자기도 하면서, 틈만 나면 먹어댔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투실투실 살이 쪄 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굶주림으로 인하여 점점 말라갔고, 얼굴은 공포에 시달려 파리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뼈와 가죽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나는 더욱 걱정이 되었으니, 야만인들은 그러한 내 모습을 보고 수상쩍게 여길 게 틀림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도망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기 이대로 있다가 죽으나, 도망을 가다가 붙잡혀 죽으나 매한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나는 야만인들의 눈을 피하여 해변으로 달아났습니다. 다행히도 야만인들의 감시는 전혀 엄중하지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우리 모두가 분별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달아날 염려가 없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