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가 또 나왔다. 언제나 교양필독서 목록에 들어가고 누구에게나 친숙한 듯하지만 제대로 읽은 사람은 의외로 적은 책. 이만열 숙명여대교수(59·한국사)가 그 책을 또 펴냈다. 역민사 발행.
왜 아직도 백범 金九(김구)인가. 백범일지가 간행된 지 50년. 그런데도 시절은 여전히 하 수상하고….
이교수는 우선 『늘 옆에 두고 번잡함으로 세상이 어지러울 때마다 마음을 평정하는 지침으로 삼기에 충분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의 특징은 원본에 충실하면서도 가장 쉽고 정확한 요즘말로 옮겼다는 점이다. 백범일지 원본은 한문투의 어려운 문장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일반인이 원본을 소화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백범일지가 처음 책으로 묶여 나온 것은 1947년. 이광수가 펴낸 이 초판본은 원본에서 누락된 부분이 많고 자의적인 윤색으로 내용이 불확실한 대목도 적지 않았다. 이후 두세차례 백범일지가 나왔지만 늘 어려웠고 우리의 서재에 꽂혀 있던 백범일지는 그래서 불완전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이교수는 지난 여름,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방학 내내 원문해독에만 매달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쉬운 말로 옮기는 것도 만만치 않더군요』 이교수는 학문적 무게를 더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제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돼 홀가분하다고 털어놓았다.
백범일지가 왜 「필독서」인지에 대해 이교수는 김구선생의 인간적인 따스함, 지도자로서의 진면목이 흠뻑 배어있는 점을 들었다. 『시골 태생인 김구선생은 얼굴 생김새처럼 순박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면서도 한번 정한 신념은 초지일관이었죠. 이 책을 읽으면 선생이 문화국가 이념을 지닌 민족주의자 평화주의자라는 것을 절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백범일지 상권엔 유언하듯 쓴 글이 나온다. 「내 나이 벌써 쉰셋이건만 너희들은 겨우 열살 일곱살 어린 아이들이니… 이미 왜구에게 선전포고를 내리고 지금 죽음의 선상에 서있는 것이다」.
독자들이 이같은 정신을 배움으로써 마음의 평정을 넘어 통일의지까지 나아갈 수 있으면 하는 것이 이번 책에 거는 이교수의 바람이다.
〈이광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