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곤지음/웅진출판/9천원)
포스트모더니즘의 입장에서 영화에 담긴 사회문화적 맥락을 해독하려한 책이다. 글쓴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으로 권위의 해체, 절대적 진리의 유보, 선악의 경계 해체 등을 든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 드러나는 권위의 해체로 고전적 영웅의 소멸을 들 수 있다. 찰턴 헤스턴은 영웅 창조시대의 영화에 적합했다. 히브리민족을 구한 모세(십계), 무어족에 대항해 스페인을 지켰던 시드(엘 시드), 벤허 역할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영웅의 시대가 가고 결함 투성이인 반영웅의 시대가 오고 있다. 「대부」시리즈에 제시된 돈 콜레오네의 경우가 그렇다』
『「이레이저」는 범인이 FBI의 고위간부이자 주인공에게 수사기술을 가르친 사부 즉 「내부의 적」으로 설정됐다. 선악의 경계해체와 절대적 진리의 부정을 다루고 있다』 『세계적 인기를 끈 「X파일」은 외계인, 초자연적 현상 등을 소재로 다뤘다. 비과학적이고 인문주의자인 멀더와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스컬러를 대립적인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물을 보는 두겹의 시각과 절대적 진리의 유보를 제시한다』
서울대교수인 저자는 쉬운 예와 명쾌한 해석으로 대중문화 애호가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때문에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론적 기둥을 수학공식처럼 제시해야만 했다. 그래서 반론의 여지도 적지 않다. 「고전적 영웅의 소멸」을 예로 들어 보자. 스코틀랜드 독립정신의 영웅을 다룬 최근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주연한 멜 깁슨은 이전에 찰턴 헤스턴이 해온 역할을 충분히 재연해내고 있지 않은가.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