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등포서 교통지도계 김태균 계장

  • 입력 1997년 5월 27일 08시 33분


『음주운전을 해도 사고만 내지 않으면 괜찮지 않느냐는 의식을 고쳐야 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음주운전 단속지점에서 만난 金泰均(김태균·33·영등포경찰서 교통지도계장)경위는 『음주운전에 걸려드는 사람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단속강화 때문이 아니라 음주운전자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경위에 따르면 최근 계 동창회 친목회 여가활동 등이 많아지면서 여성음주운전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40, 50대 여성 여럿이 탄 고급승용차를 세워보면 음주운전일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기혼여성들의 경우 운전면허정지 등 처벌은 두려워하지 않고 남편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고 설명했다. 30, 40대가 대부분인 남성음주운전자들의 유형도 가지가지. 김경위는 『「내가 어디에 있는 사람인데 당신 똑바로 하라」고 윽박지르는 사람이 가장 밉고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한번은 혈중알코올농도 0.07㎎이 나와 조치했더니 처음에는 『좀 봐달라』며 빌다가 나중에는 『이혼을 하고 홧김에 마셨다. 너같으면 안마시겠냐』고 호통을 치는데 속으로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무릎을 꿇고 다시는 술을 안먹겠다며 애걸복걸하는 「읍소형」을 만나면 김경위도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나 조치는 항상 단 하나. 법대로, 규정대로다. 김씨는 『음주운전 단속으로 인한 교통체증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붓는 것만은 제발 삼가달라』고 당부한다. 아버지뻘 되는 분들이 쌍욕을 할 때는 슬퍼진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단속에서 음주운전의 폐해를 너무 잘 알아서인지 음주운전에 대한 김경위의 철학은 분명하다. 『음주운전을 해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1년후에 다시 딸 수 있게 돼있는 현행 제도는 음주운전자들에게 너무 관대합니다. 처벌을 좀 더 강화해야 합니다』 〈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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