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앞의 쥐」.
프로야구에서 특정 선수만 만나면 죽을 쑤는 「천적관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천적관계」는 크게 나눠 두가지. 왼손투수에 왼손타자가 약한 것과 반대로 왼손투수가 오른손 타자에 약한 것.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LG 서용빈. 그는 94년 데뷔하자마자 1백57안타를 쳐내며 최다안타 2위에 올랐다. 3년 통산 안타도 3백52개.
그러나 그도 롯데 주형광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주형광과의 22번 대결에서 그가 얻어낸 것이라곤 볼넷 1개와 희생플라이 하나뿐. 자신의 힘으로 1루를 밟아보지 못할 정도로 주형광에게는 약하다.
현대 하득린은 후자에 속한다. 실업에서 활약하다 94년 뒤늦게 프로에 뛰어든 그는 3년 통산 타율이 0.235인 평범한 선수. 그러나 왼손투수에게는 「경계대상 1호」.
지난해 구원왕 구대성(한화)도 하득린 앞에서는 꼬리를 내린다. 하득린은 지난 18일 3대4로 뒤진 7회에 구대성으로부터 3점포를 이끌어내며 7대4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날 홈런을 포함, 하득린은 구대성에게 9타수 5안타(0.556)로 초강세.
이상훈(LG)도 마찬가지. 이상훈의 1백50㎞를 넘나드는 광속구에 타자들은 주눅이 들지만 하득린은 오히려 반갑다. 이상훈과의 대결에서 타율 0.308, 출루율 0.350을 올릴 만큼 그는 확실한 「왼손투수 킬러」로 자리잡았다.
이밖에도 심재학(LG)과 위재영(현대), 박재홍(현대)과 현역 최고참 투수 김용수(LG)도 「천적」. 심재학은 위재영과 8번 맞붙어 안타를 5개 뽑았다. 이중 홈런이 3개. 박재홍도 김용수에게 한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뿜어낼 정도로 강하다.
〈김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