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의 말 바꾸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 92년 대선자금문제에 대한 최근의 잇단 발언들이 그렇다. 당사자의 고백을 주장한 것이 언젠데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의 주례회동후 바로 공개불가로 입장을 바꿨다. 그러다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자 금세 자신은 대선자금에 대한 기본입장을 번복한 바 없다고 발뺌했다.
김대통령이 30일 대(對)국민담화 형식으로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기로 했으니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이대표의 말은 또 언제 어떻게 변했을지 알 수없다. 어떤 때는 「대쪽」같이 곧은 얘기를 하는 것 같다가 바로 현실과 타협하는 듯한 말을 하고 대국(大局)보다는 자신의 입지(立地)만 앞세워 발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의 유불리(有不利)를 따져보고 김심(金心)을 업기 위해 이런 언행을 하는 것이라면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이대표는 경선 예비주자이기도 하지만 집권여당을 끌고가는 대표다. 당총재인 대통령과 함께 앞장서 책임정치를 펴나가야 할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공(公)을 위해 사(私)를 버리고 스스로의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이 판단을 잘못하면 자리를 걸고라도 직언(直言)해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최근 대선자금과 관련한 그의 일련의 발언에서는 이런 면모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대선자금 공개불가입장을 밝힌 지난 23일에는 『정국은 항상 시끄럽게 마련』이라는 상식밖의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정국에는 이대표의 책임도 크다. 그는 당내 공정경선 논란과 金賢哲(김현철)씨 처리문제 때도 자주 말을 바꿔 당안팎에서 비판을 받았다. 집권당 대표가 이러면 국민은 헷갈리고 꼬인 정국도 풀리지 않는다. 대통령에 나서겠다는 공인이라면 무엇보다 말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