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판소리명창 박동진 할아버지가 「흥보가」 한 대목을 우렁차게 뽑고 나서 하신 그 말씀.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것」을 사랑하는 정신이 너무 지나쳐 겪는 어려움도 해외여행 중에는 많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음식.
어느날 홍콩의 한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는데 난데없이 전기주전자 한개를 현금으로 보상하라는 것이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자초지종을 묻자 호텔직원은 주전자 안을 보여 주었다. 국수가락이 시커멓게 눌어 붙어 엉망진창이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전날밤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아주머니 세명이 시장기를 못이겨 서울서 들고온 라면을 드신 모양이었다. 그런데 주전자는 작고 라면은 세개를 넣었으니 바닥에 깔린 국수가 모두 타버린것. 독일 뮌헨의 호텔에서는 바닥 카펫에 고추장을 흘려 엄청난 돈을 물어주었고 호주 시드니에서는 비닐봉지에 넣은 김치의 국물이 흘러 냉장고 값을 물어주었던 일 등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다. 해외여행중 하루에 한끼라도 한국음식을 먹지 않으면 큰일나는 우리 여행자들. 『이나라 국민소득이 얼마지』 『면적은 얼마야』 한명도 빠짐없이 던지는 이 질문. 그러나 그 바닥의 의식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보다 낮거나 작으면 깔보려 하는 국수적인 우월주의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신토불이」도 좋지만 해외여행을 통해 좀더 열린 마음의 「우리것 정신」이 태어나기를 희망한다.
송진선 〈투어컨덕터·NTA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