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성시대]美 월드스페이스社 「위성DAB」계획

  • 입력 1997년 5월 29일 07시 57분


위성 방송이 본격화하면 삶의 방식이 바뀌는 것은 필연적이다. 거대한 대륙 전체가 하나의 방송권역으로 묶이고 똑같은 프로그램을 몇십억 인구가 동시에 보고 듣게 된다. 물리적 공간에 따라 격리된 각각의 문화도 차츰 하나로 통합된다. 멀티미디어화가 가속화하면서 인류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말 그대로 혁명적인 변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미국 워싱턴DC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월드스페이스사. 설립 7년이 채 안된 신진 기업이지만 위성을 이용한 디지털오디오방송(DAB)에 관한 한 세계 최고를 자부한다. 이 회사는 오는 99년까지 모두 3개의 위성을 발사해 지구촌 전체를 하나의 방송권역으로 묶는다. DAB에 쏟아붓는 액수는 모두 6억5천6백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5천억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각종 통신 서비스의 특징은 역시 대상 지역이 광활하다는 점. 지상파를 이용한 방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 월드스페이스의 경우 불과 3개의 위성으로 지구 표면의 약 80%에 이르는 지역에 방송을 보낼 수 있다. 1백33개국 약 45억명의 인구가 하나의 방송권역에 들어오게 된다. 「넓이」에 비하면 비용은 그다지 크지 않다. 바로 「높이」의 장점을 이용하기 때문. 지상파를 이용하면 곳곳에 중계국을 설치해야 하지만 위성방송은 위성 하나만 띄우면 된다. 물론 위성이 높이 뜨기 때문에 난청지역도 사라진다. 3개 위성의 명칭은 아프리스타 아시아스타 카리브스타. 이름에 붙은 지명이 위성이 쏘아올려질 곳을 땄다. 98년 아프리카의 별 아프리스타가 처음으로 검은 대륙 상공에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 물론 위성을 이용한 디지털방송이 첫 선을 보이는 시점도 바로 그때다. 위성 디지털방송은 말 그대로 위성방송과 디지털방송의 이점을 고스란히 지녔다. 「광대한」 지역에 「깨끗한」 방송을 보낼 수 있다. 디지털 위성 방송은 신호 처리에서 전송까지가 몽땅 「디지털」방식이다. 소리를 전달하는 DAB 역시 현재 널리 쓰이는 아날로그 방식의 라디오 방송과 차원이 다르다. 디지털 방식을 도입해 CD 수준의 또렷한 소리를 전달한다. 또 자동차를 타고 달리고 있어도 걱정 없다. 이동 중에도 수신율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날로그 방식에선 불가능했던 여러 가지 부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지상파를 이용한 DAB는 이미 지난 95년9월에 선보였다. 영국의 BBC와 스웨덴의 스웨덴라디오(SR)가 동시에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후 1년반만에 덴마크를 비롯한 북구의 몇몇 나라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지구촌 일부에서 이미 본격적인 DAB시대의 막이 올랐지만 위성을 이용한 디지털 방송은 아직 없다. 겨우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 시스템이 제안되고 있는 상태. 월드스페이스의 계획도 그 가운데 하나다. 지금껏 위성방송을 수신하려면 큼직한 접시형 안테나가 필요했다. 하지만 월드스페이스의 위성 방송은 조그만 휴대용 수신기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휴대용이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든지 원하는 데서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손바닥에 들어갈 만큼 작은 방송 수신기는 싼값에 공급된다. 수신기 제작을 맡은 모토롤라측은 『75달러(약 6만원) 이하에서 공급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디지털 방식이기 때문에 이미지를 비롯해 각종 부가데이터를 함께 보내는 것도 곧 가능해진다. 바야흐로 꿈의 멀티미디어 방송 시대가 눈앞에 온 것이다. 월드스페이스에서 발사한 위성 하나하나는 각각 3개의 전파 빔을 지상에 뿌린다. 아시아 지역을 커버하는 아시아스타의 경우 △인도의 델리시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빔 △베트남의 호치민시 중심의 남아시아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빔을 동시에 쏜다. 각 빔마다 1천24만㎢나 되는 광대한 지역이 들어온다. 동아시아 빔만해도 한반도 전체는 물론 △일본열도 △몽골의 남부 절반 △만주 지방 △러시아의 시베리아 지방 △연해주 사할린을 포함한 극동지방 △중국대륙의 동쪽 절반 △남아시아의 대만 마카오 홍콩까지 포함된다. 프로그램 하나로 아시아 대륙 전체의 청취자가 동시에 들을 수 있게 된다. 이제 곧 인류 최초의 광역방송 시대가 열린다. 위성의 몸체는 현재 프랑스의 톰슨사에서 제작중이다. 1개 위성마다 모두 6백여개의 채널이 생긴다. 어느 채널을 골라야 할까. 두꺼운 매뉴얼이라도 들고 다녀야 할 판이다. 위성의 운영만 월드스페이스사가 맡고 나머지 세부 컨텐츠는 수많은 다른 업체가 맡게 된다. 월드스페이스측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의 방송이 좋겠지만 지나치게 흥미 본위로만 편성된 프로그램은 곤란하다』고 밝히고 있다. 서비스 요금 역시 선택한 방송국 프로그램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기존 방송보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 될 전망이다. 수십억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광고수입 역시 막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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