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현화백(62·홍익대교수)의 작품세계는 독특하다.
우선 올이 성긴 마대를 이용한다. 그러나 물감을 앞면에 칠하지 않고 뒷면에 발라 앞면으로 밀어낸다.
그가 이처럼 「물감과 마대의 교류」를 통해 만든 작품들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샘터화랑(02―514―5121.6월 16일까지)에서 열리고 있는 신축개관전이다. 전시작품은 모두 45점.
『마대 뒷면에서 앞면으로 나온 물감은 흘러내리기도 하고 오톨도톨하게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밀려나온 물감에 작가의 행위가 가미됩니다』
그는 물감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휘」한다. 작업과정에서 뿜어내는 순간순간의 호흡이 그대로 작품과 일체화된다.
작품의 이름은 「접합」. 그는 20여년간 이 명제를 추구해왔다.
프랑스 르몽드지의 평론가 필립다장은 『그의 작품들은 단색으로 뒤덮인 간단한 화포가 아니라 물감의 다양한 두께에 따라 형형색색의 색조를 자아내는 묘미가 있다』고 평했다.
하화백은 『과거에는 그림이라하면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며 『「접합」시리즈는 이같은 미술개념에 대한 다른 방향으로의 실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억지로 해석하려 하지 말고 작품이 놓여있는 그 자체로만 봐달라』고 말한다.
서울에서 5년만에 개인전을 갖는 그는 이번 전시회는 지금까지 해온 작업을 정리해 보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올 가을 일본에서 개인전을 갖고 독일 쾰른 아트페어에도 참여한다.
〈송영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