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3년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유럽에 어린이 전자오락 게임 파동이 몰아쳤다. 일본의 닌텐도사가 내놓은 「스트리트 파이터」 등을 갖고 놀던 어린이들이 광(光)과민성 간질을 일으키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났기 때문이다. TV나 비디오의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고 격투장면이 많아 장시간 집중하던 어린이들이 발작증세를 보인 것이다. 당시 이같은 사례는 일본에서만도 1백20여건이 보고되었으며 유럽에서는 피해자 부모들이 닌텐도사를 상대로 10여건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전자오락 게임 파동이 이번에는 「다마고치」라는 사이버 페트(가상 애완동물)를 둘러싸고 세차게 일고 있다. 역시 일본제품인 이 사이버 페트는 액정화면 속에서 잠자고 밥먹고 투정도 부린다. 주인이 세수를 시켜주고 배설물도 치워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내 죽는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은 이 「애완동물」을 학교에까지 가져가 돌본다.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한 반에 절반 이상의 어린이들이 갖고 온 오락기 발신음으로 수업을 망칠 정도라고 한다
▼일부 전자게임은 시력감퇴와 스트레스 등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을 크게 해친다. 현실을 왜곡한 허구로 어린이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본 군국주의 침략을 미화하고 한국을 식민지로 지칭하며 세계대전을 가상한 전쟁시뮬레이션 게임이 국내에 들어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역시 한 일본회사가 만든 제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게임이 일본 교과서의 역사 왜곡보다 더 심한 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전세계적으로 전자오락 게임 관련시장은 약3백억달러(약 27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거대한 시장을 놓고 각국의 제조회사들은 머리를 싸매고 인기품목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단지 영업의 대상이 아니다. 불건전한 상혼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제와 대비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