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97)

  • 입력 1997년 5월 30일 07시 21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50〉 재목을 구한 나는 그것을 들고 목수를 찾아갔습니다. 나는 그에게 먹으로 안장 모양을 그려 보인 다음 안장 만드는 법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영리한 목수의 부지런한 손길은 훌륭한 안장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안장틀이 완성되자 나는 거기에 가죽을 씌우고 그 속에 양털을 넣었습니다. 그런 다음 광을 내고 장식을 했습니다. 그 일이 끝난 뒤에는 대장장이를 불러 등자며 굴레의 생김새를 설명하고 그것을 만들도록 하였습니다. 대장장이는 한 쌍의 훌륭한 등자와 굴레를 만든 다음 그 위에 주석을 입혀 번쩍거리게 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나는 다시 비단 술을 달고 가죽 고삐를 굴레에 맸습니다. 마구가 완성되자 나는 왕궁의 말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용마 한 필을 끌어내어 굴레를 씌우고 안장을 얹었습니다. 마구를 갖추자 말은 훨씬 더 빛나보였습니다. 말을 끌고 갔을 때 임금님께서는 그 화려한 모습으로 단장을 한 말을 보시고 몹시 놀라워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위에 올라앉아 궁궐 안을 한 바퀴 돌아보신 뒤 매우 만족하여 소리쳤습니다. 『오! 이건 정말 신기한 일이로다! 이걸 타보니 더없이 안락하구나! 나는 이 신기한 의자를 「신바드의 의자」라고 명명하겠다』 이렇게 말하고 난 임금님께서는 나에게 감사를 한 뒤 듬뿍 상금을 내리셨습니다. 며칠 뒤에는 임금님의 재상이 찾아와 내게 말했습니다. 『여보시오. 당신이 만들어 임금님께 바친 「신바드의 의자」를 내가 한 번 시험해 보았는데, 정말이지 기가 막힌 물건이더군요. 나한테도 그걸 하나 만들어 주지 않겠소? 값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까 말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재상에게도 안장 하나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이번에는 수많은 중신들이 다투어 안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나는 급기야 안장 제작에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여 많은 목수들과 대장장이들을 고용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이렇게 안장을 주문받아 만들어 팔다보니 마침내 나는 막대한 재산을 모으게 되었고 임금님을 위시하여 왕가와 중신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금님께서 나를 불러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바드. 그대는 이제 나의 형제나 다름없고 나의 식구나 다름이 없다. 나는 이제 그대와 헤어질 수도 없고 그대를 이 도성에서 떠나게 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대가 꼭 들어주여야 할 말이 하나 있다. 싫다고는 못하리라』 임금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나는 바짝 긴장되어 물었습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대체 어떤 분부이십니까? 제가 임금님의 말씀을 거스르다니,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입니다. 저는 임금님으로부터 온갖 은총을 입고 있을 뿐더러 과분한 후대를 받고 있사옵니다. 그러한 제가 어찌 임금님의 분부를 어길 수 있겠습니까? 저는 오직 당신의 종이랍니다』 이렇게 말은 하면서도 나는 왠지 불안한 예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왕의 입에서 무슨 말이 떨어질지 모를 일이었으니까요.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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