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天子)의 공간에 푸른 눈의 이방인이 우뚝 섰다.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 키보드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야니가 중국의 금역(禁域)으로 인식돼온 자금성(紫禁城·Forbidden City)의 문을 활짝 열었다.
지난 16일부터 중국에서 콘서트 투어를 하고 있는 그는 서방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30,31일 자금성에서 공연을 갖는다.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93년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지난 3월 인도의 타지마할 궁전에서의 공연에 이어 인류의 위대한 유산을 배경으로 한 그의 세번째 도전이다. 공연 준비에 바쁜 그와 28일 만났다.
―타지마할이나 자금성같은 세계적 유적지를 찾는 이유는….
『궁전을 소유했던 사람은 황제나 권력자였지만 이 유산을 창조한 이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내 공연이 인간의 위대함을 깨닫는 기회가 되기를 원했다. 공연이 끝난뒤 팬들이 자신감과 영감, 창조력을 얻는다면 좋겠다. 이집트와 멕시코 피라미드에서의 공연도 제의받고 있다』
―서방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자금성에서 공연을 갖는데….
『7,8년전부터 추진했던 공연이 성사돼 무척 기쁘다. 8개월전 중국 정부의 초청을 받았는데 아크로폴리스 공연이 중국 당국에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글로벌 뮤직이 될 것이다. 기존의 내 음악은 물론 세계 10개국에서 모인 오케스트라가 다양한 색깔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 역사가 서려 있는 장소에서 열리는 공연인 만큼 중국적 요소가 가미됐다』
―클래식과 팝을 접목해 편안한 사운드를 연출하는 「뉴에이지 음악의 베토벤」으로 평가받는데….
『그런 틀에 박힌 분류에 동의할 수 없다.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클래식이나 팝 등 다양한 형태가 튀어나온다. 나의 음악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시대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의미에서 「현대 기악곡(Contemporary Instrumental)」으로 정의하고 싶다』
―그리스 수영국가대표로 활약하는 등 다른 재주도 많은데….
『여섯살때 음악을 시작했지만 한때 수영이 더 좋았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뒤 1년간 음악에만 매달릴 기회가 있었다. 이때 음악이 내 길로 정해졌다』
―한국의 음악에 대해 알고 있나.
『95년 공연을 가졌지만 교통체증(웃음)과 짧은 체류기간 때문에 한국 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내게 영감을 준다면 어느 악기라도 수용하고 싶다』
―한국 방문계획은….
『당시 한국팬들의 열광과 힘이 인상깊어 「동양의 이탈리아」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올가을이나 내년초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감∼사∼합니다(웃음)』
〈북경〓김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