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문제아?」.
31일 개봉되는 「앱솔루트 파워」는 미국 대통령이 바람둥이에다 살인을 교사하는 협잡꾼으로 등장, 「물의」를 빚는다.
대통령을 소재로 할리우드의 장난기를 맘껏 발동하는 영화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정색을 하고 제작과 주연까지 겸하면서 열아홉번째 연출작으로 대통령의 권위에 맞섰다.
정계 막후실력자 월터 설리번이 살고 있는 한적한 교외의 고성. 노련한 도둑 루서(이스트우드)가 안방까지 침입, 커다란 거울로 위장된 비밀창고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갑자기 남녀 한 쌍이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들이닥친다. 급히 숨는 루서. 그런데 이중창 장치를 통해 안방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다음 순간 더욱 놀랄 일이 벌어진다.
서로 뒤엉켜 사랑의 몸짓을 나누는 두 남녀. 가만히 보니 대통령 앨런 리치먼드(진 해크먼)와 설리번의 젊은 아내 크리스티가 아닌가.
게다가 둘은 변태적인 관계를 하는가 싶더니 과격해진 대통령이 크리스티를 때리면서 혈투가 벌어진다. 급기야 칼에 찔린 대통령이 구원요청을 하자 경호원이 뛰어 들어와 여자를 쏴 죽인다.
증거를 없애고 현장을 떠나려던 대통령과 경호원들은 낯선 목격자의 존재를 알아채고 잡으려 하지만 루서는 용케 빠져나온다. 이때부터 루서의 활약이 시작된다. 그를 없애려는 경호원들에 맞서 백악관의 추악한 범죄를 폭로하는 루서의 진땀나는 대결이 펼쳐진다.
71년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 이후 영화를 직접 연출하면서 정석적인 할리우드 영화문법을 구축해왔다는 평을 듣는 이스트우드. 이 영화에서도 그리 요란하지 않은 진지한 재미를 엮어내고 있다.
그러나 배우출신 감독들이 「전체 구성보다 개별 장면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지적을 떠올리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지난해 여름 「절대권력」(전2권·시공사)으로 소개됐던 데이비드 볼다치의 동명 원작은 치밀한 구성이 돋보였으나 각본을 맡은 윌리엄 골드먼의 지나친 생략으로 스토리가 밋밋해져 버린 것이 흠. 『굳이 대통령이 등장해야 했을까』 『이젠 이스트우드도 많이 늙었어』하는 관객들의 불만도 들리는 듯하다.
〈김경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