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이렇게 키워요]『신문-TV보며 세상가르치기』

  • 입력 1997년 5월 30일 07시 55분


주부 이소영씨(40·서울 강남구 청담동)는 두 아들 기은이(봉은중1) 기영이(봉은초등4)와 늘 「떠들면서」 TV를 본다. 공부에 방해된다고 TV를 치워버리는 부모도 많다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TV와 신문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우리 사회를 배울 수 있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같이 보고 얘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공부에 대한 관심과 의욕을 북돋워줄 수도 있구요』 굳이 교육프로그램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코미디든 가요든 어떤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이씨는 아이들과 나눌 말들이 무궁무진하다. 유명인들의 추억 속 인물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인 「TV는 사랑을 싣고」를 볼 때는 『어렸을 때 비슷한 조건에서 공부했던 두 사람이 왜 저렇게 다르게 변했을까』 『넌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어 친구들을 만났으면 좋겠니』하고 가요프로그램을 볼 때는 『저 가수는 어떤 점이 멋있니』 『가수들의 패션을 따라하는 것이 좋은 걸까』라고 묻는 식. 얼마 전 한보청문회 중계를 볼 때는 기은이가 『그 사람더러 쓰라고 준 돈을 받은 게 왜 잘못이죠』라고 물어 자세히 대답해줬다. 이씨는 매일 3개 정도의 신문을 훑어보면서 아이들이 흥미있어 할 만한 기사들을 오려낸 뒤 중요부분을 형광펜으로 표시해 식탁 옆 냉장고에 붙여놓는다. 식사를 하면서 그 주제에 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호박(琥珀) 속에 보존된 곤충에 관한 기사를 읽고 나서는 영화 「쥬라기공원」의 공룡얘기를 하다가 학교에서 배우는 화석얘기로 넘어간다. 신문에 실린 한반도를 밤에 찍은 위성사진과 비쩍 마른 북한 어린이의 사진을 보며 북한의 전력난과 식량난에 대해 가족이 토론도 해본다. 직접 쓴 동화를 아이들에게 선물도 하는 이씨는 두 아들의 훌륭한 글짓기선생님. 아이들에게 신문기사를 읽은 뒤 주제를 잡아 글을 쓰도록 지도하고 기사의 제목을 가린 채 알맞은 제목붙이기도 시킨다. 이씨는 아이들과 함께 읽은 기사들을 자료로 최근 「또또 봄이의 언론여행」(미래글)이란 책을 전북대 김승수교수 등과 공저로 펴내기도 했다. 이씨의 남편 이준섭씨(40·한국전력공사 홍보실 과장)는 아이들 소풍날 김밥도 싸고 아이들과 함께 베란다에 꽃도 심는 자상한 아버지.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일을 즐겁게 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바람이죠』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는 두 아들을 바라보며 이씨 부부는 입을 모았다. 〈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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