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어느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있은 일이다. 커피를 마시려고 자판기를 쳐다보니 흙 먼지가 뽀얗게 앉아 불결한데다 컵을 꺼내는 덮개마저 떨어져나가고 없었다. 심지어 씹다버린 껌까지 자판기에 붙어있었다. 때마침 관리인이 자판기에 물을 넣기 위해 가져온 물통을 보니 그것마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시커멓게 때가 낀데다 걸레 같이 더러운 헝겊으로 내부의 물기를 닦고 있었다.
관리인에게 물통 청소 좀 하라고 했더니 『이양반, 별걸 다 가지고 시비하네. 물이 뜨거워서 다 소독돼요. 의심스러우면 안마시면 될 것 아니오』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위생상태가 엉망인 자판기가 그곳 뿐만은 아니다. 여름철에는 청소하지 않은 물통에 세균과 이물질이 번식할뿐 아니라 차양막도 없이 방치된 자판기에 빗물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업자는 돈벌이에만 급급하고 당국도 위생점검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모양이다.
현행법상 자판기의 위생점검 횟수가 연간 한차례로 규정돼 있고 설사 법규를 위반해도 시정명령에 그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원천적으로 자판기 관리제도가 허술하다. 위생상태가 불량한 자판기는 아예 강제철거할 수 있도록 관련법규를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송기태(부산 해운대우체국 사서함 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