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24시간 쫓아다닐 수도 없고…』
「여고생접대부」에 관한 첫 보도(본보 29일자 46.47면)가 나간 날 아침 서울의 한 상업고교 교무부장은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교사들은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자신의 무기력함을 실감한다. 책상에엎드려자는수많은학생들을다그치는일도이제는지쳤다.
이 학교 김모양(17)은 『1학년은 한 학급 50여명중 6∼7명이, 2∼3학년은 10여명에서 많게는 절반가량이 낮엔 학교에 다니고 밤엔 단란주점 등에서 종업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김양도 지난해 겨울방학부터 「보도(불법 직업소개소)」사무실을 통해 단란주점을 소개받아 나가고 있다.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들이 밤에 무슨 일을 하는지 짐작은 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접대부로 일하고 있는지 굳이 파악하려 들지 않는다. 어느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기 시작해 가출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아, 그 학생이었구나」하고 혀를 찰 뿐이다.
『수업이 끝난 뒤 다른 선생님들과 정보교환을 합니다. 심하게 자거나 행동이 불량한 학생을 붙잡고 상담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요. 그러나 상담을 하면서 자기가 술집에서 일한다고 말하는 학생은 한명도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타이르지만 그 자리에서 끝날 뿐이다. 혹시라도 심하게 나무라거나 체벌을 가하면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이날도 이 학교 교무부장의 책상앞에는 전날 무단결석한 학생 3명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교무부장은 그 중 한명의 부모와 통화한 뒤 수화기를 힘없이 내려놓았다.
『가출하지 않고 학교에 다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달래고 야단치는 것도 한두번. 부모도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해버린 아이들을 교사들이라고 달리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것.
『누가 그들을 고용하고 누가 그들과 술을 마십니까. 결국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할 문제입니다』
〈이명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