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돈세탁방지법」 저질 코미디

  • 입력 1997년 5월 30일 19시 59분


29일 오후 재경원과 신한국당이 벌인 「돈세탁 공방」 저질코미디는 정치권이 벌이는 「대선자금」 저질드라마 못지않게 국민을 화나게 했다. 남궁훈 재경원 세제실장은 이날 당정회의가 끝난 뒤 『자금세탁방지법안은 당에서 일부 반론이 있었지만 오는 6월 임시국회에 상정하기로 당정합의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직후 신한국당 의원들은 『자금세탁방지법안은 당정합의를 못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오후 7시경 鄭德龜(정덕구)재경원 기획실장은 『신한국당이 분명히 합의해 줬다』며 신한국당의 반론은 일부의원의 개인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합의론을 부인하는 신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은 계속됐다. 급기야 姜慶植(강경식)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이 오후 7시30분경 羅午淵(나오연)신한국당제2정조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한 뒤 『나의원이 임시국회상정에 합의했음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 8시경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의원이 밝힌 얘기는 또 달랐다. 그는 강부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임시국회 상정에 관해 내가 얘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을 뿐』이라며 『당정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밤 늦게 기자가 통화한 李明博(이명박)의원과 盧承禹(노승우)의원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자금세탁방지법은 실명제 보완취지에 어긋나고 경제난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정부안을 그대로 상정하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도대체 이날의 당정회의는 이 법안의 임시국회 상정에 합의한 것인가, 아닌가. 명색이 정부와 여당이라는 존재가 중요한 정책을 다룬 회의 결과를 놓고 서로 딴소리를 하는 꼴을 우리 국민이 「그럴 수도 있겠지」라며 참아낼 수 있을까. 특히 여당 한다는 사람들은 국민이 검은 돈과 더러운 정치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 무얼 했다고 자금세탁방지법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안된다고 둘러대는가. 경제 살리기는 당신들의 저질코미디의 대상이 아니다. 임규진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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