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 숨져간 15만 호국영령들을 모시며 살아갑니다』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관리인 辛正洙(신정수·55)씨는 「현충일의 사람」이다. 그는 25년째 국립묘지 묘지기로 일하고 있다.
『땅을 파 묏자리를 만들고 잔디를 깎거나 수목을 관리하는 것이 모두 제 일입니다』
신씨는 지난 72년 국립묘지와 인연을 맺었다. 환경미화원이라도 하자는 생각에 고향인 강원 횡성을 떠나 어렵사리 잡은 일자리였다.
그는 이제 격동의 세월을 지켜온 산 증인이다. 그는 朴正熙(박정희)전대통령과 陸英修(육영수)여사를 직접 안장할 때를 잊지 못한다.
『물론 그분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땅을 파고 묘를 만들 때 잘잘못을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비통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죠』
신씨는 『육여사를 안장한 1974년은 「악운의 해」였다』며 『육여사 말고도 그해 2월에 경남 충무 해안에서 해군함정이 침몰, 1백59명의 군인들이 사망해 그들의 시신을 안장했다』고 말했다.
지난 83년 10월9일 발생한 버마 아웅산 사건도 신씨에게 아픔을 줬다 徐錫俊(서석준)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李範錫(이범석)외무장관 徐相喆(서상철)동자부장관 등 16명의 묘를 한꺼번에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승만 전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여사를 안장했다.
신씨는 정부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쓸쓸히 숨진 독립유공자들의 유해를 모셔와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에 큰 박수를 보낸다. 그는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아침이면 옷매무새를 고친다. 경건한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는 「묘지기의 철학」 때문이다.
〈하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