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구잡이 대한(對韓) 통상압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농무부가 앞장서 미국산 쌀을 사가라는 요구를 노골화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가 우루과이라운드(UR) 이행계획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7만7천t의 외국산 쌀 가운데 일부를 미국산으로 구매하라는 요청이 그 것이다. 미국 농무부 관리들과 곡물수출업자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국쌀을 사지 않을 경우 이를 그대로 지켜볼 수 만은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국에 대한 미국산 쌀 구매압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3년 UR협상 당시부터 미국은 최소시장 접근(MMA)물량의 절반을 미국쌀로 구매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수입 첫해인 95년 의무수입량 5만1천t 전량을 미국에서 수입하라고 요구했다. 작년 6만2천t을 수입할 때도 비슷한 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국제곡물시장에서의 현격한 가격차이 때문에 95년에는 인도에서, 지난해는 중국에서 의무수입분을 들여왔다.
▼미국의 쌀 구매압력이 억지인 것은 사실이나 우리정부의 통상외교에도 문제가 있었다. UR협상때 비록 구두(口頭)였다고는 하지만 미국측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했고 95년2월 자국쌀 수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통상대표부 관계자들에게도 호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한미통상관계 악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도 너무 호락호락했다.
▼그러나 통상협상의 가장 큰 원칙은 어디까지나 「시장의 논리」다. 우리가 미국쌀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다른나라 쌀보다 값이 싸거나 최소한 같아야 한다. 쌀수입에 따른 농민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미국의 부당한 쌀 구매압력에 절대 굴복해서는 안된다. 확고한 논리와 단호한 자세로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