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 4월8일 새벽. 서울 마포구 창전동 3의 190 일대 와우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던 와우단지 시민아파트 15동 5층건물 3백30평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잠에서 막 깨어났던 주민들은 난리의 와중에서 긴급히 대피했으나 순식간에 33명이 매몰돼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산비탈에 축대를 쌓고 아파트를 지은데다 받침기둥에 철근을 제대로 쓰지 않은 부실공사로 해빙기에 건물 무게를 이기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조사 결과 와우아파트 기둥은 정상 하중의 3배를 버티다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가 나기 한달 전부터 주민들이 구청에 『골조기둥이 가라앉고 벽체에 금이 가고 있다』고 신고했으나 강심장 공무원들은 들은체 만체 했던 것도 밝혀졌다.
사고가 나자 말이 많았다. 서민들은 『이름이 와우(臥牛·누운 소)아파트이니 무너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비꼬았다. 야당은 당시 집권당인 공화당의 상징이 소였음을 들어 『공화당이 무너지는 징조』라고 비아냥거렸다.
이 사고는 당시 한창 붐을 이루던 아파트를 한때 기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와우산자락 일대는 그 뒤 28년이 지나도록 빈 터로 남아 주민들이 임시 배드민턴장으로 쓰고 있다. 마포구는 지난 94년 이곳에 구민회관을 짓기로 결정했으나 최근 구민회관 대신 수돗물을 저장했다 공급해주는 배수지를 짓기로 결정했다.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조성공사가 99년 12월말에 끝나면 마포구 13개동 6만8천3백여가구의 수돗물 걱정을 덜어줄 4만t 규모의 배수지가 이곳에 들어서게 된다.
〈정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