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62〉
이튿날, 잠에서 깨어난 짐꾼 신바드는 새벽 기도를 드린 뒤 뱃사람 신바드의 집으로 향했다. 주인은 인자한 미소로 그를 맞이하여 자기 옆에 앉혔다. 잠시 후에는 이 집의 단골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성대한 식탁이 차려졌고, 일동은 먹고 마시며 흥겹게 떠들어댔다. 그때 주인은 전날에 이어 그의 다섯번째 항해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이다.
형제 여러분! 나는 네번째 항해에서 돌아온 뒤 얼마간 육지에서 지냈습니다. 처음 한동안 나는 그 끔찍했던 네번째 여행의 기억, 시체들로 가득 찬 지하 무덤에 갇혀 살았던 기억을 잊어버리기 위해 벗들을 불러 주야를 술로 보냈습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고통스런 기억은 차차 잊혀지면서, 그 대신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바람기가 다시 서서히 발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릴없이 술이나 마시며 하루 해를 보내는 나의 일상이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따분해지면서, 다시 집을 떠나 이역의 나라들과 섬들을 돌아다니고 싶어 견딜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마침내 항해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들여 짐을 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짐을 꾸리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정말이지, 나란 놈은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그 고생을 하고도 모자라서 또 떠나려고 하다니』
이렇게 자신을 질책하면서도 나는 정작 이제 다시 낯선 바다와 섬들을 보게 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모든 준비가 갖추어지자 나는 바소라로 갔습니다. 퀴퀴한 갯냄새를 맡으면서 부두를 돌아다니노라니 너무나도 멋진 배 한 척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갓 만들어낸 새 배로서, 선구(船具)며 도장(塗裝)이며 먼지 하나 묻지 않았고 흠집 하나 없는 그림 같은 배였습니다. 그 아름다운 배를 보자 나는 소년 시절부터 꿈에 그리던 것을 현실에서 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선박 제조업자를 만나 그 배를 샀습니다. 배를 손에 넣자 나는 경험 많은 선장과 선원들을 채용하고, 노예와 하인들로 하여금 선상의 갖가지 일들을 돌보게 하였습니다.
이윽고 상인들이 몰려와 물건들을 싣고 운임과 여비를 나에게 지불하였습니다. 선적 작업이 끝나자 우리는 평온한 항해와 행운을 빌기 위하여 코란의 첫장, 화티하를 외며 돛을 펼쳤습니다. 미끄러지듯이 배는 항구를 벗어나 광막한 바다를 향했고 우리 모두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우리의 배는 섬에서 섬으로, 바다에서 바다로 나아갔고, 우리는 낯선 도시를 구경하며 가는 곳마다 장사를 하여 많은 돈을 벌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는 커다란 무인도에 당도하였습니다.
이렇다할 특색이 없는 그저 호젓한 섬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기이한 것은 어마어마하게 큰 둥근 지붕 두 개가 반쯤 모래에 파묻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상인들과 선원들은 그 둥근 지붕을 조사하기 위하여 뭍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배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내가 배에 남아 있지 않고 그들과 함께 상륙했더라면 그런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