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영월 어라연]무공해 오지…그러나 『시한부 비경』

  • 입력 1997년 6월 12일 07시 58분


태백산 줄기의 비경과 함께 단종의 애절한 사연이 깃들인 「충절의 고장」 강원도 영월. 태백에서 흘러내린 물은 정선을 거쳐 동강으로 이어지고 평창에서 흘러온 서강은 영월에서 동강과 합류, 남한강을 이룬다. 두 물줄기가 서로 만나는 부근에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가, 정선에서 영월의 동강으로 흘러가는 길목에 「동강의 수궁」 어라연(魚羅淵)이 있다. 날로 푸르름이 더해가는 요즘, 반짝이는 고기 비늘처럼 계곡의 물살이 아름다운 무공해 오지가 바로 어라연이다. 영월의 낙화암을 바라보며 동강을 거슬러 꼬불꼬불한 비탈길을 오르다보면 거운리. 여기서 어라연 입구까지는 6㎞. 아직도 차량 통행이 어려울 만큼 자갈투성이의 비포장도로여서 인적이 드문데다 맑고 깨끗한 여울과 소(沼)가 곳곳에 있다. 이곳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배낭을 메고 걷거나 지프를 타야 한다. 거운리에서 어라연 입구까지는 걸어서 2시간 가량. 가파른 산길과 강줄기를 따라가다보면 물줄기가 나누어지는 협곡 어라연에 이른다. 계곡을 쉼없이 흘러내리는 강물이 직각의 커브를 이루며 잠깐 쉬었다 가는 곳. 그 푸른 물속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세 개의 큰 바위가 두둥실 떠있다. 「강중삼봉(江中三峰)」,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다. 이 세 개의 바위 봉우리를 중심으로 양쪽 기슭은 천애의 절벽이, 그 중간중간에 소나무들이 기묘한 모습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주변에 넓게 펼쳐진 자갈마당은 말그대로 자갈투성이. 게다가 쏘가리 메기 빠가사리 등 토종 민물고기도 많다. 「물반 고기반」이라는 뜻의 어라연이기에 강태공들의 발길이 잦다. 그러나 내년 2월경 영월댐공사가 시작되면 어라연은 물속에 잠기게 된다. 그 아름다운 비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게 못내 아쉽다. ▼ 가는 길 ▼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 서제천까지 간다. 제천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역을 지나면 삼거리. 좌회전해 동강을 따라가면 거운리다. 그러나 어라연까지는 자갈투성이의 비포장길. 지프나 경운기 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 대중교통수단은 동서울터미널에서 영월행 고속버스가 20∼30분, 청량리역에서 영월행 열차가 오전 10시부터 2∼5시간 간격으로 각각 운행된다. 〈신현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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