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치가 최근 미국 달러당 1백10엔대로 폭등, 우리의 수출회복에 한가닥 희망을 주고 있다. 당분간 등락은 있겠지만 엔고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수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제수지개선과 불황탈출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본의 대미(對美)무역흑자 급증에서 비롯된 엔고는 우리 경쟁력과 무관한 외생변수다. 수출에 호재(好材)인건 사실이나 경쟁력이 살아난다고 속단해선 안된다.
이번 엔고는 가격경쟁력이 약한 조선 자동차 철강 전자 등의 수출증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회생기미를 보이는 수출에 탄력을 주고 장기침체로 의욕을 잃은 기업이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엔고는 수입자본재가격 상승과 엔화표시 외채의 원리금부담 증가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잘만 활용하면 경기회복의 촉매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엔고가 고(高)비용 저(低)효율 경제구조를 개선하려는 구조조정 노력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80년대 중반의 엔고 때 기업들이 수출호황을 누리면서 기업확장과 물량위주 수출, 부동산투자 등에 몰두하다가 어느날 엔저로 돌아서자 다시 불황의 늪에 빠진 경험이 생생하다. 눈앞의 엔고만 즐기며 안주한 결과 오늘의 구조적인 경쟁력약화를 자초했음을 잊어선 안된다.
대량부도와 실업급증 임금인상자제 등 고통을 감수하며 경쟁력을 높이려는 그간의 구조조정 노력이 엔고 효과에 묻히지 않게 하는 것이 과제다. 기업들은 군살빼기 재무구조건실화 기술개발투자 등 내실을 기하는 데 엔고 호기(好機)를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재정긴축과 안정성장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춰선 안된다. 근로자들도 과도한 임금상승 요구를 자제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데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