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한일)간 새로운 어업협정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일본이 기존 협정의 폐기를 언급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때에 따라서는 협박처럼 들린다. 일본 정부가 자국내 여론을 의식하거나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이나 국가간 예의가 아니다. 자칫 양국 국민감정을 자극하게 되면 사안의 해결을 그르칠 위험이 있다.
일본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획정하기에 앞서 어업협정부터 맺자는 것도 순리가 아니다. 큰 테두리를 먼저 정해야 그 안에서 어업협정이나 해양개발 등 여러 사항을 차례대로 결정할 수 있다. 순서를 바꿔 논의하자는 것 자체가 저의를 드러낸 것이다. 널리 알려진대로 핵심 쟁점은 독도다.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또 역사적으로도 그러한 독도를 일본이 자국 영토라며 그 수역을 공동 관할하자고 주장,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한일간 어업협정은 조급히 서둘러 정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 한국은 일본 외에도 중국과의 관계가 있다. 94년 국제해양법협약이 발효됨에 따라 각국은 잇따라 경제수역을 선포한 바 있으나 겹치는 해역이 많아 분쟁이 일고 있다. 한중일 3국의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은 시일이 걸리더라도 가급적 보편타당한 기준을 마련, 21세기 동북아에서 새로운 해양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입장에 있다.
따라서 한일간 어업협정은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민감정을 내세우는 편법을 사용한다든지 군색한 주장만을 되풀이 하면 실마리가 풀릴 수 없다. 일본이 기존 어업협정을 폐기하면 동해는 무법천지가 될 수밖에 없음을 일본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일본은 다음달 재개될 협상에서 합리적인 안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