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OB 정수근-김민호 『공포의 더블 톱』

  • 입력 1997년 7월 3일 20시 14분


정수근
톱타자는 공격의 물꼬를 트는 첨병. 정교한 타격과 선구안, 특히 상대 내야진을 휘저을 수 있는 빠른 발을 지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국내 최고의 톱타자는 단연 이종범(해태). 그렇다면 1, 2번 타자를 묶은 「더블 톱타자」부문에선 누가 「왕」일까. 해태 김응룡감독이 이종범이라는 고성능의 권총을 찼다면 OB 김인식감독은 「쌍권총」을 지닌 총잡이다. 정수근과 김민호가 바로 그들. 이들은 한명씩 따로 놓고 보면 다른 구단 톱타자에 비해 특별히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둘을 묶어 놨을 땐 얘기가 달라진다. 8개 구단 통틀어 1, 2번 타자를 비교해 보면 이같은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다(표참조). 이들은 팀내 득점 1, 2위로 2일까지 모두 82득점을 올려 LG의 유지현―동봉철(73점), 삼성의 최익성―황성관(68점), 쌍방울의 최태원―조원우(68점)콤비를 압도한다. 특히 도루 부문은 눈부실 정도. 이들은 2일 현재 도루 합계 55개로 도루 단독 선두 이종범이 버티고 있는 해태(37개)나 LG(34개) 삼성(21개)의 1, 2번 타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때문에 걸출한 톱타자 2명을 한꺼번에 보유한 OB는 상대팀에 가장 껄끄러운 타선. 이들 중 한명만 진루해도 내야를 헤집고 다니는데 둘이 한꺼번에 나가 있을 경우 상대팀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여유가 없다. 때문에 이들로 인해 내야 실책이 연발되거나 주자에 신경을 쓰다가 중심타선에 장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출루율에서도 이들은 각각 0.342와 0.315로 1, 2번의 격차가 심한 다른 구단에 비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약점은 타점. 이들은 2일 현재 36타점으로 해태(56점) LG(43점)의 1, 2번타자에 비해 「한방」이 떨어진다. 어쨌든 야구전문가들은 앞으로 정수근―김민호의 타격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면 OB의 1위 도약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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