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개발 붐을 타고 있는 경기도 용인의 고향에 나이 드신 부모님이 사신다. 버스도 다니지 않던 외진 마을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우리 집은 마을 앞 저수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경관이 좋은 곳이어서 벌써 도시의 돈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전원주택을 서너 채 지어 놓았다.
작년 여름 우리 집 위쪽에 전원주택을 지을 때의 일이다. 건축 현장소장이라는 사람의 부탁으로 어머니가 인부들의 밥을 해 주기 시작했다. 주말에 내려가면 그 더위에 칠순이 가까운 어머니가 밥을 짓느라 땀을 흘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일을 그만 두시라고 했지만 용돈이라도 좀 벌어보겠다는 고집에 꺾여 나도 일손을 거들곤 했었다.
소장은 우리 집에서 전기도 끌어다 작업에 이용했는데 나중에 전기료까지 포함해 밥값을 지불하겠다고 했단다. 그러나 집이 거의 완성되고 마무리만 남았을 때 그 소장이란 사람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마무리 공사도 집주인이 와서 하고 있었다.
집 주인이 일러 준 연락처로 전화해 보았지만 통화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받을 돈은 1백여만원 정도로 시골에서는 큰 액수다. 마을에는 어머니처럼 밥을 해 주고 돈을 못받은 사람이 또 있다고 한다.
시골의 순박한 인심을 악용하는 이런 악덕 건축업자들에게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겠다.
이상윤(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