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원이다. 고려 때에는 홍복사가 거기에 있었고 조선 초기에는 원각사가 있었으나 연산군 때 절이 폐사되고 그 후 중종 때 헐어내 빈터로 남아있다가 1897년 영국인의 설계로 공원이 조성됐다고 한다.
국보 2호인 원각사지 10층석탑과 원각사비 등의 문화재가 있고 1919년 3.1운동의 발상지로서 독립의 혼이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독립선언서가 낭독됐던 팔각정을 중심으로 손병희선생의 동상과 한용운선생의 기념비 그리고 3.1운동 기념탑과 기념비 등도 있다.
그런데 바로 그 독립운동 벽화옆에 세워져 있는 안내비문에 조선을 「이조(이씨조선)」라고 음각해 놓아 마음이 아프다.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말살하며 무수한 인명을 살상한 일제가 겨레의 국가를 개인의 국가로 낮추기 위해 이조라고 불렀다. 그런데 독립운동의 현장에 이조라고 새겨놓다니….
더욱이 그 글을 지은이는 이름만 대면 거의 알 수 있는 유명한 학자이자 시인이라 더욱 안타깝다.
지금도 텔레비전에서 저명인사들이 이조라고 말하는 것을 이따금 볼 수 있다. 그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없어질까.
이제 안내문 하나라도 조선으로 바로잡아 놓아야 하겠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 결코 거창한 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성근(서울 강북구 수유5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