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술원賞 문호개방

  • 입력 1997년 7월 12일 20시 44분


학술원이 제정 운영하는 학술원상(賞)은 거창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학계 안팎에서 그다지 권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해마다 선정 발표되는 수상자 명단이 거의 학술원 회원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국내 학술발전에 공헌한 사람들을 뽑아 상을 준다고 해놓고 회원들끼리 상을 나눠갖다 보니 「집안잔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학술원이 내년부터 학술원상 수상 대상에서 회원들을 배제하고 비회원에게만 상을 주기로 한 것은 지난 54년 학술원 개원이래 매우 획기적인 조치다. 나이와 관계없이 각 학문 분야에서 실력있고 존경받는 인사들을 뽑아 포상하고 이들의 연구의욕을 높여주겠다는 취지는 보수적인 학술원 내부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단순한 시상제도의 개선이나 문호개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어떤 상이든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공정성과 명분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 뜻이 퇴색하게 마련이다. 상을 만든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상을 준다는 것은 모양새가 우습기 짝이 없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로 인해 우리나라 학계 최고의 원로들이 모인 학술원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돼 왔다는 점이다. 그러잖아도 우리 사회에서 학술원의 기능과 역할은 아주 미흡한 형편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 국가를 대표하는 원로 집단으로서 나라 전체가 나아가야 할 목표와 방향에 대해 조언할 뿐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존경을 받는다. 우리나라 역시 사회가 잘못 돌아갈 때 엄하게 꾸짖을 수 있는 원로들의 존재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 학술원은 은퇴 학자들의 친목단체 정도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이번 학술원상의 운영개선이 장기적으로 학술원의 위상과 권위를 높이는데 기여하기를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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