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채청/『역시 박찬종』인가

  • 입력 1997년 7월 17일 20시 48분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한 朴燦鍾(박찬종)후보는 정치권의 수수께끼 중 하나였다. 정치권 내에서는 「독불장군」으로 통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높은 인기를 누린 때문이었다. 이같은 괴리는 여론이 굴절될 수 있었던 기형적인 정치현실 탓도 있지만 조직생활에 제대로 동화하지 못하는 박후보 본인에게도 상당부분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스스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가 작년초 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당직도 의원직도 연연하지 않겠다』며 몸을 낮춰 「백의종군(白衣從軍)」한 것도 자신에 대한 정치권의 부정적인 인식을 씻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신한국당의 경선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지금까지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고 있다. 특히 李會昌(이회창)후보의 금품살포설과 관련한 그의 모호하고 모순된 주장은 『역시 박찬종』이라는 정치권의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아직 금품수수설의 진상에 대해 뭐라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나 문제제기의 당사자인 그의 태도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집권당 경선후보로서의 품위뿐만 아니라 정당의 조직원으로서의 금도(襟度)에도 어긋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마치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것처럼 큰 소리를 쳤으나 당의 어른인 총재에게 보낸 것은 다소 막연한 내용의 「건의서신」에 불과했다. 금품을 받은 사람들이 누구인지조차 특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해명은 더욱 혼란스럽다. 그는 16일 대전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증거를 공개할 수도 있으나 그럴 경우 하이에나처럼 다 빼먹고 납치하고 행방불명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당차원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었으나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을 하이에나 같은 「범죄집단」에 비유하면서 어떻게 그 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겠다고 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다. 집권당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의 금품수수의혹은 개인적인 범죄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이제는 경선이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증거가 있다면 공개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임채청<편집국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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