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44)

  • 입력 1997년 7월 19일 07시 25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97〉 『줄사다리를 만들어 타고 올라가는 것도 안된다면 대체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요?』 사람들은 나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그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여러분, 이 돌들을 보세요. 이 바위에 달라붙은 돌들을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며 나는 바위 절벽에 조개처럼 달라붙어 있는 주먹만한 돌 하나를 떼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돌을 다시 바위 절벽에 붙여보이며 말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이 돌들은 무슨 물질로 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석에 붙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합니다. 쇠붙이라면 자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한번 붙었다하면 떼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이 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 돌들을 손과 발과 가슴에 붙이고 있으면 우리는 이 자석 바위 절벽을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한 나는 바위에 붙어 있는 돌들 중에서도 넓적한 것들만을 골라 손바닥과 발바닥과 그리고 배와 가슴에 단단히 비끄러매었습니다. 그리고 두 발과 손을 바위 절벽에 붙였다 뗐다 하면서 바위 절벽을 올라갔습니다. 그걸 보자 사람들은 모두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바위에 붙은 돌들을 떼어 손바닥과 발바닥에 비끄러맨 뒤 나의 뒤를 쫓아 바위 절벽을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 일행은 바위 절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하였으니 그 모습이란 흡사 새까맣게 벽을 타고 기어 오르는 곤충들의 무리 같았답니다. 그러나 그 끝도 없는 바위 절벽을 기어오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한참을 기어오르다보면 팔과 다리에 맥이 풀릴만큼 힘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면 우리는 바위 절벽에 납작 몸을 붙인 채 쉬기도 하였습니다. 운수가 좋을 때는 바위 절벽에서 간간이 떨어지는 석간수(石間水)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럴 때면 그 물방울로 목을 축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가하면 바위 절벽에 단단히 붙어 있는 난파선 조각에 걸터앉은 채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쉬어가면서 올라갔음에도 우리들 중 몇몇은 끝내 탈진하여 바위 절벽에 납작 몸을 붙인 채 죽고 말았습니다. 그런가하면 어떤 사람은 손바닥과 발바닥에 붙였던 돌을 놓치는 바람에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바위 절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한 지도 사흘 째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눈 앞이 확 트이고 푸른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마침내 우리는 그 바위 절벽 꼭대기에까지 이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죽음의 절벽을 무사히 기어오른 것을 기뻐할 힘도 없었습니다. 배고픔과 갈증과 불면과 피로로 인하여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러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절벽 꼭대기로 기어올라온 사람이면 누구나 길게 땅바닥에 드러눕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알라께 맹세코, 이 절벽을 기어오른 사람은 우리가 처음일거야』 그러자 다른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아직 좋아하기는 일러. 여기 먹을 것과 마실 물이 없다면 말이야』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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