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이성숙/합동 결혼식

  • 입력 1997년 7월 19일 07시 25분


왠지 부자연스럽고 선뜻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었다. 단둘이 아닌 다섯쌍이 단체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지만 엇비슷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구청에서 공짜로 선심쓰듯 식을 올려주는 대열에 낀다는 사실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식장에 둘만이 서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지만 남편은 『이왕 함께 살다가 하는 결혼인데 꼭 그럴 필요가 있느냐. 합동으로 하는 것이 경제적이며 덜 쑥스럽지 않느냐』고 했다.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떼어다 구청민원실에 접수를 하고나서도 나는 너무 속이 상하고 슬퍼 몇날을 울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었지만 면사포를 쓴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내 경우는 어느 부부보다도 더큰 아픔과 슬픔이 뒤엉켜 있어 더욱 감회가 깊다. 아이를 둘씩이나 낳고도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채 40대 중반이 되도록 그냥 살아왔다. 더욱이 난 재혼이고 남편은 초혼이었기에 남편에게 더욱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다. 언젠가 부부싸움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소한 일이지만 그때는 꽤 심각해 서로 언성을 높였고 이혼하자는 말까지 오갔다. 그때 남편이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 가느냐고 악을 쓰듯 물었더니 남편은 『법원에 이혼하러 간다. 결혼식도 한번 못 올리고 이혼하러 가는 내가 한심하다』고 소리쳤다. 그순간 나는 남편에게 너무 미안했고 죄를 지은 듯한 마음이었다. 남편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괜히 의심하고 투정을 부린 내가 부끄러웠다. 그런데 막상 합동결혼식이나마 닥치고 보니 그렇게 좋은 분위기일 수가 없었다. 공짜로 해주는 것이기에 아무렇게나 대충대충 치르고 말 줄 알았는데 모든 사람들이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축하를 해주었다. 이제야 진짜 남편의 아내가 된 것 같다. 팔짱을 낀 남편도 싱글벙글 기분이 좋아 어쩔줄 몰랐다. 이성숙(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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