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호갑/『남의 자식 얘기로만 알았는데…』

  • 입력 1997년 7월 19일 20시 14분


19일 오전11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형사1부 李鴻載(이홍재)검사실. 일본만화에 나오는 폭력조직 이름을 그대로 본떠 만든 교내 폭력서클 「일진회」를 탈퇴하려는 후배들을 때린 혐의로 구속됐다가 선도조건부 기소유예로 풀려난 K중학교 3년 김모군(15) 등 중학생 6명은 이검사가 내미는 손을 잡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다시는 이런 일로 만나서는 안된다』 『아무 생각없이 한 일이 이렇게 큰 죄가 되는 줄 몰랐습니다』 같은 시간 이들 학생의 부모 10여명은 이검사실 앞에서 자식들을 초조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두마디씩 주고받았다. 『아무리 일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너무 자식교육에 소홀했던 것 같아요』 『TV에서 학원폭력에 관한 보도를 볼 때에도 남의 자식 얘기인줄만 알았는데…. 학교에만 보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알았어요』 학부모들은 이검사실에서 나오는 아들의 두손을 꼭잡고 『다시는 이러면 안된다』는 말을 연발했다. 이날 6명이 이례적으로 기소유예로 풀려난 배경에는 학부모들과 담임교사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학부모들은 탄원서와 「다시는 자식들이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가정교육을 철저히 하겠다」는 서약서를 써 이검사에게 제출했다. 담임교사들도 이들의 평소 학교생활태도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검사는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성적증명서 봉사활동일지 등을 검토해 「일진회」사건과 관련,구속된 17명중 6명을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자료검토 결과 이들 6명은 과거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해온 것으로 판단된데다 부모와 담임교사가 따뜻한 애정과 관심으로 이들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이호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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