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찬종씨 사퇴는 했지만…

  • 입력 1997년 7월 19일 20시 14분


朴燦鍾(박찬종)씨가 어제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포기했지만 그의 그간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말과 행동이 오락가락했고 좌충우돌이어서 책임있는 공인으로서의 신뢰감을 잃었다. 李會昌(이회창)후보의 금품살포 의혹을 제기한 뒤 그의 행보는 한마디로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한심한 일이 벌어지는 여당경선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박씨의 주장대로 이후보가 거액을 뿌렸는지 여부는 이제 더이상 알 길이 없다. 그동안 여당경선이 워낙 막가고 흑색선전 괴문서에다 돈추문이 어지럽게 나돌아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박씨가 끝내 증거제시를 않고 사퇴해버려 확인할 방법이 없어졌다. 사실 이 문제는 박씨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제시한 증거란 것이 「카더라」식 친전(親展)서신으로 밝혀지며 맥이 빠졌다. 결국 그는 세(勢)가 불리한 나머지 상대를 흠집내려고 비열한 죽기살기식 흑색선전을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박씨는 사퇴직전까지 교묘한 줄타기를 거듭했다. 돈살포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않기로 했다는 등 말을 바꾸고 스스로 공격한 이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는 양 횡설수설했다. 주주총회의 총회꾼처럼 판을 깨려는 행동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 했다. 아무리 정치판이 막간다 해도 이런 정치인을 그냥 두면 곤란하다. 책임의식도 없이 마구 행동하는 이가 집권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다. 후보를 사퇴했지만 그의 자질시비는 여전히 남는다. 또한 그의 말에 오락가락한 여당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말 많은 여당경선도 내일이면 끝난다. 박씨의 경우뿐 아니라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온갖 추태는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이런 구태가 12월 대선에서도 재연된다면 큰 일이다. 여당경선의 과열 혼탁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해서는 합당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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