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피서지의 쓰레기 대란

  • 입력 1997년 7월 19일 20시 14분


해마다 피서철이면 전국의 산하가 어지럽게 버려지는 쓰레기로 심한 몸살을 앓는다. 피서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 유명 해수욕장과 유원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고속도로와 국도주변은 물론 각 국립공원의 등산로와 계곡, 외딴섬의 고즈넉한 포구와 이름없는 농촌마을까지 쓰레기더미에 묻힌다. 올여름엔 다도해의 청정해역에서부터 비명소리가 들린다. 점점이 떠 있는 아름다운 섬들과 그 사이를 휘돌아 나가며 굽이마다 오묘한 자연의 조화를 껴안고 있는 쪽빛 바다가 각종 쓰레기로 뒤덮여 악취를 내뿜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심지어는 서울의 한강시민공원이나 대도시 근린공원에서도 불법취사가 예사로 이루어지고 각종 쓰레기가 널려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환경부는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18일부터 한 달 동안 각 국립공원과 해수욕장 유원지 등 전국 9백65곳에서 쓰레기 무단투기행위를 집중 단속, 최고 2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맘때도 비슷한 단속을 폈지만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피서객들의 얌체행위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그것만으로는 피서지 쓰레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실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전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피서여행도 좋지만 우리가 버린 쓰레기로 아름다운 산하를 이렇게 더럽히고 병들게 해서는 안된다. 우리와 우리 자손들의 생활터전인 국토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우리는 쓰레기더미에서 영원히 헤어날 수 없다.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함부로 버리는 것은 바로 양심을 버리는 행위다. 자신의 쓰레기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민주시민의 자격은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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