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철용/「빨간마후라」를 찾는 어른들

  • 입력 1997년 7월 20일 20시 44분


20일 오후 서울 청계천 세운상가. 계단을 통해 상가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30대 초반의 호객꾼이 앞을 가로 막는다. 『뭐 찾으세요? 일단 이리오시죠』 『「빨간마후라」 있느냐』고 묻자 고개를 가로 젓는다. 『전화가 매일 10여통은 와요.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도 하루에 10∼20명은 되고요』 그는 『대개 말쑥한 차림을 한 40, 50대들』이라며 『이런 장사 하는 처지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자기 자식같은 남녀 중고생들의 철부지 짓거리를 훔쳐보려는 사람들이 그리 많다니 기가 찬다』고 말했다. 그는 『「값은 후하게 쳐 줄테니 어떻게 좀 구해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하는 사람들까지 더러 있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경찰수사관들은 수사종결 직후 『힘있는 기관 이름을 대며 「하나 구할 수 없소」하고 점잖게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귀띔한 일이 있다. 세운상가 2층에서 만난 상인들은 『시중에 「빨간마후라」라고 10만원 이상을 부르는 것이 있는데 실제로는 3만∼4만원짜리 외제 포르노』라고 말했다. 스물 안팎으로 보이는 한 호객꾼은 『빨간마후라는 아니지만 「노랑마후라」와 「검정마후라」는 있다』며 소매를 잡아 끌었다. 10대가 주연한 또다른 음란테이프가 나돌고 있다는 이야기다. 『14만원만 달라』던 그는 눈치를 살피더니 10만원으로 내렸고 그래도 머뭇거리자 『이거 완전히 밑지는 건데… 7만원만 주십쇼』하며 테이프 하나를 억지로 손에 쥐어 주려고 했다. 취재를 마치고 청계천을 빠져나올 때 며칠 전 PC통신 게시판에 청소년 가입자가 띄운 것으로 보이는 글이 떠올랐다. 『빨간마후라는 이제 없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반성하지 않는 한 빨간마후라는 색깔을 바꿔 더욱 적나라한 모습으로 또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하이텔 peer9038) 〈이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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