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101〉
그 진절머리나는 어둠 속으로의 여행은 도무지 끝이 날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는 허기와 불면으로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고 정신이 몽롱해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동굴 속으로 들어온 지도 벌써 여러 날이 되었겠지만 그동안에 나는 한숨도 자지 못하고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차가운 물에 온몸이 젖어 있었기 때문에 추위로 인하여 팔과 다리는 점차 마비되어오고 있었습니다.
『잠들면 안돼! 정신을 차려야 해!』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러나 이미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나는 뗏목 위에 엎드린 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어떤 위험이 닥쳐올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얼마나 잤을까, 문득 눈을 떠보니 그 사이에 나는 푸른 하늘 아래 따사로운 햇살을 받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일어나보니 내가 타고온 뗏목은 넓은 강 한가운데 있는 어느 섬에 매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주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나를 굽어보고 있었습니다.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을 본 사람들은 무어라 나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무어라고 말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내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외국말로 지껄여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그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그 캄캄한 동굴 속으로 뗏목을 타고 오는 동안 너무나 노심초사했던 터라 혹시 악몽이나 환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야 어쨌든, 비록 그것이 꿈이나 환각이라 할지라도, 그 어두운 동굴에서 벗어난 것이 기뻐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나를 에워싼 사람들은 다시 무어라 내게 물었습니다. 나는 몹시 난처해하는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네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답니다. 왜냐하면 나는 외국인이니까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이 되었습니다. 그들도 내가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몹시 난처해하는 표정들로 저희들끼리 무어라 왁자지껄 지껄여댔습니다. 그러던 끝에 그들 중 몇 사람이 어딘가로 우르르 달려가더니 잠시 후 붉은 수염을 한 사내 하나를 데리고 왔습니다.
『당신에게 평안이 있기를!』
붉은 수염의 사내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그의 말은 내 귀에 쏙 들어왔으니 그가 하는 말은 아랍어였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당신은 아랍어를 할 줄 아는군요! 당신에게 알라의 자비와 축복이 있기를!』
내가 이렇게 말하자 붉은 수염의 사내는 말했습니다.
『당신은 누구죠? 어디서 왔소? 대체 어떻게 이 강으로 들어왔소?』
그러나 나는 너무나 지치고 배가 고팠기 때문에 그가 묻는 말에 대답할 기력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말했습니다.
『제발 부탁이니, 우선 먹을 것을 좀 주세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랍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사람들을 향하여 내가 한 말을 통역하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우르르 달려가더니 먹을 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