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 포드. 「패트리어트게임」 「긴급명령」에서 대통령과 미국의 안보를 지키는 용사였던 그가 마침내 미국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여름시장을 겨냥해 이번 주말부터 미국에서 개봉되는 「에어포스 원」에서 할리우드 영화 역사상 가장 「전투적인」 대통령을 연기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전용기에서 이름을 따온 이 영화는 테러리스트에 공중피랍된 대통령의 영웅적 결단과 모험을 그린 작품. 러시아의 재공산화를 꿈꾸는 테러리스트들이 대통령의 목숨과 자신들의 지도자 석방을 맞바꾸자고 요구하자 『테러범과는 어떤 타협도 없다』며 기관총과 주먹으로 이들을 처치하는 인물이 바로 해리슨 포드다.
영화개봉을 앞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를 만났다. 한쪽귀에 귀고리를 한 해리슨 포드에게 대통령역을 맡게 된 감회를 물어봤다.
『이 역에 매력을 느꼈던 것은 대통령이라는 지위보다는 고난에 정면으로 맞서는 도전의식과 책임감이었습니다. 주인공은 피신할 수 있는데도 도망치지 않고 가족과 부하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홀로 싸웁니다. 엄청난 심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강인함이 마음에 들었죠』
그를 스타로 만든 「스타워즈」 「인디애나 존스」시리즈에서도 해리슨 포드는 늘 정의와 진실을 수호하는 인물이었다. 어떤 상황에도 죽지 않기로는 「람보」에 버금가고 아이디어를 짜내는데는 맥가이버보다 기발했다. 악역을 못해본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배우로서는 어떤 역이든지 다 소화하고 싶지만 나를 보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아서인지 관객들은 내가 악역 맡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습니다. 별 이유없이 사람들을 무참하게 죽이는 역할은 나 스스로도 맡고 싶지 않아요』
영화속 대통령이었던 포드는 실제 대통령인 클린턴과도 가까워 영화제작에 「공조체제」를 유지했다.
클린턴 재선기금모금 만찬에 참석했던 그가 『영화제작을 위해 전용기를 한번 구경하게 해달라』고 청하자 클린턴은 이를 기꺼이 수락했다. 그래서 일부 절대보안 구역을 제외하고는 영화속 비행기 내부가 실제 대통령전용기와 똑같다.
부통령역으로 글렌 클로스를 점찍고도 제작진이 운을 떼지 못한다고 귀띔하자 클린턴은 클로스에게 직접 『당신이 부통령역에 잘 어울릴 것 같구려』라며 다리를 놓아주기도 했다.
서부의 사나이 존 웨인 이래 「미국 사나이」이미지를 가장 설득력있게 제시하는 인물인 해리슨 포드. 그러나 스스로는 『나는 단지 주어지는 역할에 충실할 뿐 미국 애국주의의 표상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배우가 되기 전목공예가로활동하던시절,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고 작품을 만들었던 것처럼 스타가 된 뒤에도 그는 여전히 「완벽주의자」다. 쉰을 넘긴 나이인 해리슨 포드는 「에어포스 원」의 격투장면을 온몸을 던져 연기했다. 「에어포스 원」의 볼프강 페터슨 감독은 『포드에게는 스타라는 말이 적절치 않다. 그는 예술가다』라고 극찬했다.
〈로스앤젤레스〓정은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