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름뿐인 자가발전시설…아찔한 정전사고들

  • 입력 1997년 7월 27일 20시 38분


열대야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같은 날씨에 정전은 짜증스러운 재난이다. 특히 백화점 호텔 병원 아파트 등 고층건물들은 건물운영을 전적으로 전기에 의존하고 있어 정전이 되면 사고위험이 크다. 현행법이 일정규모 이상의 다중이용 건축물에 자가발전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이유는 정전이 사고를 유발할 위험에 응급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비상용으로 설치한 자가발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전력이 다중이용시설 9천2백여곳의 자가발전기 실태를 조사해 보았더니 3백35곳의 발전기가 제대로 구실을 하지못하고 있었고 20곳은 발전기가 아예 움직이지도 않는 상태였다고 한다. 통상산업부 조사도 비슷해서 5백㎾이상 대형 자가발전기 2천8백8대 가운데 1백24대가 비상시 전력을 공급할 수 없는 불량설비로 드러났다. 응급 비상설비는 단 한 곳의 것이 제기능을 못해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지난 21일 2시간이나 계속된 서울 보훈병원의 정전사고는 아찔하다. 전기가 나간 시각 수술환자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큰 수술도중 2시간이나 정전이 됐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3일 서울 반포 한신아파트에 2시간동안 전기가 끊기면서 엘리베이터가 멈춰 4명의 주민이 갇혔던 사고도 예사롭지 않다. 응급 자가발전기 가운데 작동불량률이 5% 또는 3%미만이라는 사실은 위안이 될 수 없다. 자가발전기를 설치만하고 녹이슬도록 방치하는 관행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정기점검과 시험가동을 의무화하고 관리기관 통합을 통해 단속과 감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오래 세워둔 발전기를 갑자기 가동하면 화재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귓등으로 흘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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